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급성위확장(GDV) 으로 수술받은 도베르만

도베르만 조앤(6살. 30kg)이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했다. 다행히 위절개수술을 통해 빠르게 회복됐다, 수술 다음 날 동물병원 실내를 산책 중인 조엔의 모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도베르만 조앤(6살. 30kg)이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했다. 다행히 위절개수술을 통해 빠르게 회복됐다, 수술 다음 날 동물병원 실내를 산책 중인 조엔의 모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멋진 외모를 가진 도베르만 조앤(6살. 30㎏)이 응급 상황으로 병원을 찾았다. 대형견에서 다발하는 급성위확장(GDV) 때문이었다.

보호자는 "조앤이 오후부터 배가 불러지고 호흡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몇 번 구역질을 했으나 음식물은 토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급성위확장(GDV)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대형견 수술이 가능한 큰 병원을 추천받았다 이야기했다.

급성위확장(GDV)은 대형견이 식사 후 급체와 위염전(꼬임)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응급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하면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급성 질병이다. 이유는 건조 사료를 먹으면 위 내에서 소화액에 의해 부풀어지고 유동화되어 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러한 소화 과정이 지체되면서 소화액에 의해 산폐된 사료에서 발생한 가스가 위에 정체되어 위확장이 유발된다. 위 내에 가스가 부풀어오를수록 위는 뒤틀려지고 꼬여져(Torsion) 위염전이 발생한다. 일단 위염전이 진행되면 식도로 음식물을 토할 수도 없고 장으로 음식물이 내려갈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위내 가스 팽창은 가속화된다. 불과 수십 분 사이에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지기도 한다. 위가 팽창될수록 흉부가 압박되기 때문에 호흡 또한 어렵다. 건강한 대형견이 순식간에 순환장애로 급사하게 된다. 대형견을 돌보는 반려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급성 질환이다.

조앤의 보호자는 급성위확장(GDV)을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평상시에도 사료에 물을 섞어주신다 하셨다. 아침까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차게 뛰어 다녔다며 왜 조엔에게 급성위확장(GDV)이 발생했는지 무척 난감해하셨다.

조앤의 왼쪽 옆구리는 크게 부풀어 있었으며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북을 치듯 '퉁퉁' 울리는 타진음이 확인됐다. 위 가스 팽대로 인한 위확장을 진단하는 일차적인 검사법이다. X-ray 검사 결과 확장된 위에는 음식물 외에도 모래와 자갈로 추정되는 이물질들이 관찰되었다.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한 조앤에게 X-ray검사가 진행됐다. 확장된 위(붉은 원) 안에는 음식물 외에도 모래와 작은 돌로 추정되는 이물질들이 상당량 관찰됐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한 조앤에게 X-ray검사가 진행됐다. 확장된 위(붉은 원) 안에는 음식물 외에도 모래와 작은 돌로 추정되는 이물질들이 상당량 관찰됐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조앤의 집은 마당이 감나무 밭이었다 조앤이 홍시를 좋아해서 큰 키를 이용해 점프하며 감 따먹기를 즐긴다고 하셨다. 보호자는 조앤의 위내에 돌과 모래가 들어있는 이유는 바닥에 떨어진 감이 삭혀졌을 떄 조엔이 먹는 과정에서 흙을 같이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셨다. 가을이면 매년 반복되어 왔던 터라 건강에 문제가 될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조앤에게 평상시처럼 물이 섞인 사료를 줬음에도 급성위확장(GDV)이 발생한 이유는 최근 흙과 이물질들이 위 안에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이 있는지를 진단한 뒤 최종적으로 수술이 결정됐다.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한 조앤의 위절개수술 과정(왼쪽 사진). 조앤의 위 내에는 부풀려진 사료 외에도 감꼭지, 감잎, 흙과 작은 돌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오른쪽 사진).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급성위확장(GDV)으로 응급 내원한 조앤의 위절개수술 과정(왼쪽 사진). 조앤의 위 내에는 부풀려진 사료 외에도 감꼭지, 감잎, 흙과 작은 돌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오른쪽 사진).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위를 절개하기 앞서 팽창된 위벽에 구멍을 뚫어 가스를 배출시켰다.가스를 빼고나자 줄어든 위를 절개할 수 있었다. 2L가 넘는 액체가 제거됐고, 불려진 사료와 함께 감꼭지와 이물질들이 다량 제거되었다. 마지막으로 작은 돌과 모래들이 한가득 제거되었다. 이런 이물질들을 모두 제거하고 절개된 위를 봉합했다. 위염전이 재발되지 않도록 위를 복벽에 고정시켜주는 위고정봉합도 진행됐다.

수술을 받은 조엔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밥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 수술을 받은 터라 며칠동안은 링겔영양주사로 식사를 대신하고, 제한된 유동식으로 식탐을 달래야 했다.

조앤 보호자는 조앤이 퇴원하기 전 마당에 있던 감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렸다. 조엔을 가두기 보다는 위험 요소들을 없애버렸다. 1주 뒤 건강 상태를 검진받으러 온 조앤은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멋져 있었다.

조앤의 보호자가 국제 도그쇼에도 참여할 정도의 전문 반려인이었음에도 대형견의 급성위확장(GDV)을 예방하지 못한 이유는 위확장을 유발되는 원인들이 무척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대형견을 돌보는 반려인들이 급성위확장(GDV)을 예방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드린다.

1. 심한 운동 후에는 사료를 평상시 먹던 양의 절반 정도만 물에 불린 후 제공한다. 한 시간 후 부족한 식사량을 추가하면 된다.

2. 사료를 씹지 않고 삼키는 대형견은 사료를 불려주는 것이 유리하다.

3. 풀이나 흙을 자주 먹는 개는 X-ray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미 위 내에 이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 큰 개가 식사 후 침흘림, 구역질을 하며 배가 불러진다면 급성위확장(GDV)을 의심하고 호흡수를 체크해야 한다. 안정된 상태에서 평균 호흡수가 분당 40회 이상이면 수의사의 상담을 받기 바란다. 왼쪽 옆구리가 확연히 부풀어 오르는 상황이라면 지체없이 응급 진료를 요청해야 한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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