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댐 갈등 '아슬아슬'…1조 쏟아붓고 4년째 갈팡질팡

영주댐 갈등 해법은?…"주민의견 수렴·운영 방향 명문화"
댐 완공 1억8천만㎥ 물 확보…안정적 용수·수력 발전 혜택
안동, 예천, 상주까지도 누려…15일 방류 연기하고 협의체 확대·개편해 재논의

시험 담수로 물이 찬 영주댐 용마루공원 일대 모습. 경북도 제공
시험 담수로 물이 찬 영주댐 용마루공원 일대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 영주댐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험 담수 중인 댐 방류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인근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녹조·안전성 문제로 준공 후 3년간 제대로 담수하지 못하다 지난해 9월 3차 시험담수가 진행되자 '호반의 도시 영주'를 꿈꿨던 시민들은 방류 결정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주댐 건설사업은?

사업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유지용수 공급과 홍수 피해 경감, 안정적 용수 공급, 수력발전을 위해 영주댐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댐 공사 3천500억원, 각종 보상 7천271억원 등 총사업비가 1조1천3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높이 55.5m, 길이 400m의 댐이 건설되면 총 1억8천110만㎥ 물을 수용할 수 있고 연간 생활·공업용수 1천70만㎥, 농업용수 600만㎥, 하천유지용수 1억8천660만㎥를 공급한다. 영주와 안동, 예천, 상주까지 생활·공업용수를 공급받는 혜택을 누린다. 특히 영주·안동·예천 논밭 약 6천ha가 가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영주댐 농업용수의 수혜를 입는다.

하지만 댐 건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2016년 7월 첫 시험 담수가 진행된 이후 지역 환경단체가 녹조에 따른 수질 문제, 댐 구조물의 안전성 문제 등을 지속해서 제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첫 시험 담수 저수율(19.5%), 댐 건설공사 준공(2016년 12월) 후 이듬해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이뤄진 2차 시험 담수 저수율(18.8%)이 20%에 미치지 못하면서 '댐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은 더욱 커졌다. 이후 1년여 댐 담수를 미루던 환경부는 지난해 9월 3차 시험담수를 단행했다. 영주댐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내성천 생태·환경 상태 전반을 종합 진단해 향후 댐 철거·존치 등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영주댐 방류, 왜?

3차 시험담수를 시작한 영주댐은 올해 8월 집중 강우가 이어지자 일시적으로 만수위(저수율 83%)에 근접할 만큼 물이 찼다. 그간 20%를 넘지 못했던 앞선 시험담수로 안전성에 의구심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해소될 운영기록을 낸 셈이다. 지금도 50~60% 정도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담수 전 자연상태의 영주댐 전경. 경북도 제공

그간 자연상태의 영주댐만 봐왔던 주민들은 물이 들어찬 영주댐, 이에 따른 호반의 모습을 보며 댐과 함께 살아갈 청사진도 하나둘 그렸다. 하지만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올해 1월 출범한 영주댐 협의체가 지난달 21일 소위원회를 열고 이달 15일 댐 방류를 결정하면서 파열음이 일었다. 소위원회는 이달 6일 연이어 회의를 개최하며 15일 11시부터 1일 1m 이내로 방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협의체는 환경부가 공동대표 및 간사를 맡고 시민단체, 전문가, 지역대표 등 18인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환경부는 애초부터 방류를 전제로 지난해 9월 3차 시험담수를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담수의 목적인 발전시설 점검, 댐 안전성 평가, 내성천 영향분석 기초자료 등이 확보돼 방류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향후 하류 하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자연하천 상태까지 영주댐 방류를 진행, 내성천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수행 중인 각종 연구용역, 영주댐협의체 논의를 통해 내년 말까지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 관점'에서 논의해 영주댐의 존치 혹은 개선 운영, 철거 등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담수 후 물이 찬 영주댐 일대의 모습. 경북도 제공
담수 전 자연상태의 영주댐 전경. 경북도 제공
담수 후 물이 찬 영주댐 일대의 모습. 경북도 제공

◆주민 반대 이유는?

주민들은 자연성 회복 관점에서 영주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영주댐 건설 전 내성천 자연하천 상태로 돌리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의심한다. 댐 운영을 전제로 각종 주민지원사업, 담수 연계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댐 방류는 지역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댐 물을 완전히 빼면 각종 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고사목 등 흉물스러운 경관이 그대로 노출돼 주민 생활환경을 저해한다. 영주시 예산이 투입된 각종 관광시설·계획은 무용지물이 돼 정상 추진이 어려워진다. 이미 투입된 예산의 낭비 역시 불가피하다.

그간 영주댐 운영과 관련, 충분한 지역의 참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이미 구성돼 운영 중인 영주댐협의체 18명 가운데 주민을 대변할 위원은 주민대표 2인에 불과하다. 현안을 잘 이해하고 주민을 대변할 지자체 관계자들도 참여가 배제됐다. 이런 협의체에서 내린 댐 방류 결정인 탓에 영주 시민들은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는 "1조1천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댐을 실개천으로 되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수몰민들은 논밭을 수장하고 이주단지에 살고 있다. 댐 방류 결정은 협의체가 아니라 시민들이 결정할 사항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위는 지난달 14일 영주댐담수회와 영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14개 사회단체가 영주댐 방류 저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이다. 회원들은 지난달 21일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지사, 28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를 잇따라 방문해 방류 반대 입장을 전했다. 시·도의원, 시청 관계자, 지역 국회의원 등도 성명서 발표, 입장문 전달 등으로 환경부, 청와대에 방류 불가 입장을 표명하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 해결 해법은 없나

15일 방류일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은 영주댐 하류에 천막을 다수 설치, 댐 방류를 몸으로 막겠다며 나서고 있다. 댐 방류 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영주댐 현장을 찾아 천막 설치 현장 등을 둘러보며 지역 민심을 살폈다. 경북도와 영주시, 지역민들은 방류 연기와 함께 영주댐협의체 확대·개편을 건의했다. 기존에 구성된 협의체에 관련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추가로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차후 댐 방류를 하더라도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취수탑 용수 공급이 가능한 최저수위(저수율 34%)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영주시는 이를 위한 근거 자료를 조만간 마련해 환경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영호 영주시의회의장은 "농업용수 마지노선을 유지해주는 방안이라면 시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라도 하천 바닥이 드러나는 방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영주댐 안전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방류는 곤란하며 만수위 상태로 2~3개월은 유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현 시점의 방류가 안 된다는 생각은 일치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갈등 해소를 위해 댐 방류 및 운영에 대해 환경부, 관련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 시민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명문화한 상호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환경부는 낙동강 보 개방 모니터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주보, 낙단보 등 개방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자체 등은 모니터링 자료 수집에 적극 협조하고, 환경부는 댐 방류가 철거를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상호 보장하자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숙원사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영주댐 건설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환경부는 영주댐 건설사업의 총괄 준공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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