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K방역, 국민이 모범이지 정부가 모범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된 12일 대구실내빙상장 입구에 설치된 코로나19 블루 극복을 위한 벽화그리기 코너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그림에 색칠하고 있다. 대구실내빙상장은 이달 5일 재개장과 함께 코로나19 블루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심리 방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된 12일 대구실내빙상장 입구에 설치된 코로나19 블루 극복을 위한 벽화그리기 코너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그림에 색칠하고 있다. 대구실내빙상장은 이달 5일 재개장과 함께 코로나19 블루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심리 방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조두진 편집국부국장
조두진 편집국부국장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난 9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정부 차원의 전문성 있는 방역 노력보다는 국민들의 양보와 절제를 요구하는 데 집중했다. 모이지 마라, 마스크 써라, 이름 적어라, 어디 갔다 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빠짐없이 밝혀라, 시키는 대로 안 하고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 안 하면 엄정 처벌하겠다, 등등.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국민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모임, 집회와 같은 기본권을 누릴 권리도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국민의 의무를 강조할 뿐,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요하게 억눌렀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월 13일 현재 인구 100만 명당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4만7천361명으로 세계 216개국 중 122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00등 밖으로 밀리는 게 대체 어떤 게 있을까? 그토록 K방역을 자랑하지만 정작 진단검사는 게을리해 온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현황 발표는 코로나 확산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일 '오늘 확진자 50명, 100명' 식으로 발표할 뿐 몇 명을 검사했고, 그중 몇%가 확진자인지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검사자 수를 밝히지 않은 채 확진자가 며칠째 세 자리 숫자를 기록하니 집회하지 마라고 하거나 확진자 숫자가 며칠째 두 자리를 유지하니 등교해도 좋다고 발표한다. 그런 식이니 정부가 특정 시점, 특정 대상에 진단검사 숫자를 늘려 정치적으로 코로나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화문 시위대에서는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시장이나 지하철 인파에서는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점은 같은데, 어떤 장소에서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어떤 장소에서는 확진자가 없거나 극소수라면 그 감염 조건을 연구 조사해서 생활 수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그런 노력은 안 한다. 그러니 국민 통제에만 열을 올릴 뿐 전문성 있는 방역 노력은 안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거다.

시민의 영역이 아닌 보건 당국의 영역에서는 거의 힘을 못 쓴다. 도이체방크 조사에 따르면 중국, 미국, 영국, 호주, 독일 국적의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 최종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최종 개발 단계에 접어든 세계 8개 백신 후보 중 한국의 백신 물질은 없다.

백신 개발이 어려우면 수입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 역시 뒤처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정부는 국민 1인당 5번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계약했다. 일본은 이미 7월에 화이자와 1억2천만 명 분량의 백신 물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우리 정부는 9월 중순에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등을 통해 3천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민은 답답해도 마스크를 썼다. 가지 말라면 안 갔고, 사생활까지 다 밝혔다. 그 덕에 코로나19 초기엔 방역 모범국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국민이 모범이었지 정부가 모범인 건 아니었다. 국민이 모범을 보인 만큼 정부도 모범이 될 만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모이지 마라! 손 씻어라! 마스크 써라!"

예산과 전문 조직을 가진 정부가 오지 학교 양호 선생님이나 할 법한 말을 9개월째 하면서, 틈만 나면 'K방역 자랑'을 한다. 자랑할 만한 일을 좀 하고 나서 자랑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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