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배기사 잇단 사망사고…'업무강도 센' 대구는

"끼니 대충 때우며 하루 300개 배달"…과업무 호소
비노조원 많고 산재보험 미가입률 높은 점도 문제

최근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하면서 지역에서도 업무강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추석 성수기를 맞아 한 택배업체 기사들이 택배 물량을 인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하면서 지역에서도 업무강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추석 성수기를 맞아 한 택배업체 기사들이 택배 물량을 인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구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이모(41) 씨는 요즘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퇴근한다고 했다. 보통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7시 정도 퇴근했는데 최근 배송 물량이 하루 평균 300개로 8월 전보다 50개 정도 늘면서 퇴근시간도 늦어졌다는 것.

이 씨는 "보통 여름철 택배 물량이 조금 줄었다가 9월 이후 연말까지 꾸준히 늘어난다. 오전 9시까지 물건 정리를 하고 배송을 시작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한달 전부터는 너무 바빠 점심도 편의점에서 대충 때울 정도"라고 했다.

최근 서울에서 택배 배달을 하다 호흡곤란을 일으킨 택배기사가 숨지는 등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전국에서도 업무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진 대구 택배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택배 수요가 많아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도 적잖다는 게 지역 택배업계의 얘기다. 실제로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연평균 최다 택배이용지역에 대구 중구가 41회로 전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과중한 업무에 대한 걱정이 더 큰 상태다. CJ대한통운의 지난 3, 4월 대구지역 생활건강용품과 식품 배송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6%, 121% 늘었다.

노동계는 대구에는 노조 없이 운영되는 중소규모 택배사가 많고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일하는 노동자가 적잖은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는 현재 대구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 6천명 중 4천명 이상이 비노조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비노조원의 경우 배송거부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노조원에 비해 분류 작업에 동원되거나 상대적으로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배치되는 등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대구에선 아직 과중한 업무로 숨진 사례가 없지만 남의 얘기가 아니다"며 "택배기사들의 경우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다 보니 보험료 부담에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