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후 60여 년간 변치 않는 우정을 자랑하는 동창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958년 3월 21일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본과 7회 동창생들이 최근 '아름다운 삶'이라는 제목의 기념 문집을 펴냈다. 이 책에는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성환옥(84) 동기회 회장은 13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소중한 벗님들이 삭막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전하기 위해 책을 만들게 됐다"며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동기들과 생각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 이름을 아름다운 삶으로 한 것은 재학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은사로도 유명하신 김영기 교장 선생님의 삶의 철학을 받들고자 고안했다"며 "은사님의 뜻에 따라 열심히 살아온 동기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 18기로 군사경찰 병과로 졸업해 육군본부 헌병감까지 지낸 뒤 전역했다. 이후 대통령경호실 차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성 회장은 "6·25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에 먹고 살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기록해 남기고 싶었다"며 "우리 동기들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편을 잡은 동기부터 언론인, 종교인, 예술가 등 다양한 자리에서 학교를 빛내 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들은 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 졸업한 지역의 수재 382명의 추억을 담은 만큼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 동기는 1980년 처음으로 모임을 가진 뒤 4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으로 동기회 발기인으로 나선 김경춘 전 경북고 교사는 "졸업 후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각자의 위치에서 잘살고 있던 동기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처럼 전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다 보니 편지나 관공서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해 동기들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10주년 단위로 행사를 열기도 하고, 해마다 봄과 가을에 동기들과 모임을 하고 있다"며 "어렵게 모인 동기들인 만큼 끝까지 동기회에 열심히 참석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방송국에서 일한 뒤 시인으로 인생의 이모작을 펼치고 있는 서정호 전 KBS 대구방송총국장은 "시간이 흘러 늙어가지만 늙지 않았던 젊은 날을 추억할 수 있는 문집을 통해 전하는 동기들이 자랑스럽다"며 "다른 학교에 비해 ¼정도의 적은 정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곳에서 학교를 빛내는 동기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한 대구사범학교는 평생 걸어온 종합예술인 방송인의 기초를 마련해 준 곳"이라며 "재학시절 미술, 음악, 체육, 무용 등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서 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등 교사부터 고교 교사, 대학 총장까지 지낸 장윤익 전 경주대 총장은 "대구사범학교 3학년에 문예반장을 맡고, 대사신문을 창간해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는 등 나에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곳이 학교"라며 "다양한 곳에서 교육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구사범학교의 '아름다운 삶'이라는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이 발간되면서 학생 시절의 추억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우정이 돈독해져 기쁘다"라고 했다.
이번 아름다운 삶 책을 만들며 총무를 맡은 김공희 전 서울 영중초 교장은 "아버지의 추천과 지지로 고향 의성을 떠나 대구에서 공부했지만 홀로 지내다 보니 외로움을 많이 느꼈었다"며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힘들고 외로웠던 학교가 나에게 둘도 없는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범학교를 거쳐 초등 교사의 삶을 마무리한 2000년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났지만, 동기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다. 동기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며 "단순히 남은 날을 기다리는 나이 많은 꼰대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도정숙 전 대구 학산초 교장 "80이 넘은 나이에 이름 석 자를 쓰기도 힘든데 원고를 어떻게 쓰냐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기들이 있었지만, 성환옥 회장의 열정에 감동해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문집을 통해 우리 모두가 사범학교의 교훈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구나 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범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43년간 초등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사범학교는 나에게 바른 일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교육해 준 곳"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 성가 54번인 '주님은 나의 목자'를 만든 구명림(데오도라) 수녀도 이들의 동기다. 구명림 수녀는 "사범학교에 다닌 덕에 초등학생을 가르쳤는데 가족들이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음악인이었다"라며 "그곳에서 피아노를 마음껏 치며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졸업 후 선산 고아초에서 1년, 구미 광평초에서 4년간 교편을 잡은 뒤 1963년 4월 입회해 현재까지 수녀 생활을 하고 있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기도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니 멋지고 감명 깊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수녀원에서 생활하며 음악 공부도 이어온 그는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꿈을 꾼다. 구 수녀는 "하느님이 건강을 허락해주신다면 2~3년 후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부르는 동요를 가지고 발표회를 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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