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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폰조'…악명높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처참한 말로

영화
영화 '폰조' 스틸컷

'폰조'(감독 조쉬 트랭크)는 전설적인 미국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알 카포네라고 하면 화려한 액션과 음모와 배신 등이 난무하는 범죄영화를 기대하겠지만, 이 영화는 전혀 아니다. 카포네가 죽기 전 1년을 처참하게(?) 그려낸 간병일기같은 영화다.

알폰소 가브리엘 카포네(1899~1947)는 1920년대 금주법 시대 시카고 마피아 보스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혈통으로는 천생 마피아다. 어려서 포악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브루클린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희롱하다 오빠의 나이프에 왼쪽 뺨이 그어져 '스카 페이스'로 불리기도 했다.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스무 살에 불과한 카포네가 갱단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다. 시카고를 장악하기 위해 반대파와의 끊임없는 살생전을 벌여 시카고는 치안이 없는 암흑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1929년 2월 14일 경찰로 위장한 갱들이 반대파인 노스 사이드 조직원 7명이 기관총 세례를 받고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발렌타인데이 대학살' 사건이 터진다.

'공공의 적 1호'가 된 카포네는 재무성과 국세청의 특별 수사팀에 의해 체포돼 1931년 법정에 서게 된다. 이는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언터처블'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신경 매독과 코카인 금단 현상으로 1939년 가석방돼 플로리다 팜 아일랜드의 집으로 돌아간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로 암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다 194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폰조'는 환상과 현실이 혼재되고, 시제도 명확하지 않은 묘사로 카포네의 비참한 말로를 그리고 있다. 그가 죽였던 사람들의 환영과 발렌타인데이 대학살의 망상이 난무하면서 카포네의 망가진 뇌 섬유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똥오줌으로 기저귀를 찬 카포네라니. 전설적인 갱 두목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말년이 아닐 수 없다. 비싼 양복에 호화로운 장신구, 시가를 즐겨한 카포네와는 정반대의 면모가 낯설다. 생체적인 나이는 40대지만 70, 80대 같은 노인의 몰골. 건강으로 시가 대신 당근을 입에 문 모습은 그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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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폰조' 스틸컷

'폰조'는 카포네를 두고 떠돌던 두 가지 소문과 추측을 소재로 카포네의 죽기 전 마지막 1년을 그렸다. 하나는 그가 숨겨두었다는 거액의 현금이다. 카포네는 전성기에 수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록 악명 높은 감옥 알카트라즈에서 수감되고, 금주법이 풀리면서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래도 1천만 달러 정도는 챙겼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FBI가 그의 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도청하며 찾는 것이 그 돈의 행방이다.

또 하나는 카포네의 혼외자에 대한 소문이다. 카포네는 유일한 아들 소니 카포네가 있었지만 숱한 정부를 거느리면서 혼외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카포네의 사생아라며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영화는 이 두 가지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소문의 실체를 따라간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정신처럼 이 소문 또한 명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폰조'는 알폰소 카포네의 애칭이다. 카포네는 명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해 전설적 기운을 더했다. '폰조'에서는 톰 하디가 연기한다. 그는 말년의 카포네의 어두운 내면과 고통스러운 외면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거의 1인극에 가까운 역이다.

황금으로 만든 톰슨 기관총에 알 카포네의 저택, 녹색 캐딜락 방탄차 등 철저한 고증도 눈에 들어온다. 이 방탄차는 후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용하기도 했다.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대통령 방탄차가 필요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가 소유한 유일한 방탄차가 알 카포네에게서 압류한 캐딜락이었다는 것이다.

조쉬 트랭크는 2012년 상큼한 히어로물 '크로니클'로 최연소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감독이자 각본가다. 2015년 '판타스틱4'로 골든라즈베리 최악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폰조'에 대해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한때 레전드였던 한 인물의 흥망성쇠와 비참한 말로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회한으로 점철되지만 여전히 악마적 기운이 감도는 한 인간. 그의 흐릿한 기억 속에 잠재할지도 모를 인간성을 두들겨 깨우는 시도는 아쉽지만 명쾌하지 않다.

카포네가 하나의 역사였던 미국인들에게는 인간적 성찰은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다소 뜬금없고 '굳이 그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포네의 선입견을 버리지 않으면 '폰조'를 보고 나오는 당신은 마뜩찮은 표정이 될 것이다. 14일 개봉. 104분. 청소년 관람 불가.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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