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이 미래형,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며 주목받고 있다. 군민이 고루 소득을 올리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작목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험이 계속되는 중이다. 인구절벽과 노령화로 농업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군은 고부가가치 농업, 첨단형 농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인들이 열정 넘치는 도전으로 모범사례를 선보이고 있고, 농특산품 다변화, 억대농가 육성 등 탄탄한 농업기반을 장려하는 시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업 선도 핵심 인력 양성
청도군 청도읍 김형표(53) 씨는 10년 차 귀농인이다. 청도읍 내리에서 딸기 시설재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에서 물류회사를 운영하다 부모의 권유로 2년 고민 끝에 귀농했다. 하지만 부모 세대가 운명처럼 받아들인 반시, 복숭아 농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가격변동이 심하고 진입하기 힘든 품목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도는 대구 등 큰 소비시장을 끼고 있고, 딸기는 작목 회전율이 빨라 귀농작목으로 선택했다"며 "도시에서 기계화된 일에 익숙한 데다 날씨 변동에 관계없는 하우스 재배가 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 150여 딸기농가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하며 억대농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비싼 땅값과 작목 선택의 어려움, 농촌생활 부담감으로 귀농이 쉽지 않지만 농촌에 분명 기회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청도군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역농업을 선도하는 귀농인·청년창업농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청도군도 귀농귀촌인 유치에 나서며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귀농귀촌계를 신설했고, 귀농귀촌 관련 박람회·지역 향우회 행사는 어디든 발로 뛰고 있다.
특히 젊고 개성이 강한 인재가 농업 분야로 진출해 건실한 농업경영체로 성장하도록 청년창업농 발굴·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 청년농부육성지원, 창농기반구축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율 청도군수는 "귀농인과 청년창업농의 남다른 아이디어는 지역 농업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들이 새 소득원을 개발하고 지역주민과 교류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단계별 지원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했다.
◆아이디어, 아이템으로 승부
농대를 졸업하고 경주에서 6년간 직장생활 후 고향인 청도 각북면으로 귀농한 박기열(42) 씨는 10년 각고 끝에 청년창업농으로 변모했다. 기존 벼농사는 적정수입에 한계가 있다고 봤지만 그는 역으로 벼농사에 승부를 걸었다. 친환경·무농약인증 쌀을 생산해 학교급식용 판로를 뚫었다. 자신의 농지와 주민들에게 친환경 벼농사를 권유해 수확한 쌀을 매입, 연간 100t 규모(1억5천만원 상당)를 납품하고 있다.

급식 납품을 기반으로 정미소를 갖췄고, 즉석 가래떡과 떡볶이 재료 공급에도 나서고 있다. 집진기와 색채선별기, 자동계량기를 갖춘 최신 정미소는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간편식을 찾는 세태에 맞춘 떡볶이 재료는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원물 쌀이 20㎏ 기준 6만원 선을 받는다면 가공된 재료는 2, 3배의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했다.

청도 이서면 김태현(40) 씨는 부산에서 농산물 쇼핑몰을 열어 판매를 실험해보는 등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연말 귀농했다. 귀농 직전 주말을 이용해 지은 작두콩 농사는 실패로 끝났다. 귀농 이듬해부터 무농약, 고품질에 승부를 걸었다. 무쇠 가마솥에 수작업으로 작두콩, 연근, 옥수수, 보리차 등을 볶아 생산한 제품의 70%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원물차와 티백차는 소비자의 재구매가 이어지는 등 신뢰를 얻고 있다. 그는 "농사 규모를 키우지 않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집중한 것이 적중하고 있다"고 했다.
◆새 작목 공부…실패도 기회로
지역 청년창업농 1기인 정광훈(31) 씨는 힘든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조선소에서 용접을 했다. 그러던 그가 부모 부양을 위해 귀농한 지 4년 만에 자기 또래의 젊은이에게 농사에 도전해보라며 권유하는 열정농부가 됐다.

청도읍 사촌리에 딸기 스마트팜 시설을 갖춘 그는 새 도전에 설레고 있다. 그는 모종이식이 늦어져 큰일이라면서도 최신 시설에서 최고 품질 생산을 장담하고 있다. 센서가 부착된 카메라가 360도 물샐 틈 없이 생장모습을 전달하고, 다른 농장의 생장 데이터(빅데이터)를 입력해 활용하는 지능형 컨트롤 시설이다. 그는 "귀농 첫해 전국 딸기산지를 다니며 재배기술을 배웠다"며 "수출과 가공식품 개발도 계속 연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다 귀농한 조병진(60) 씨는 "청도 각북면에서 귀농 첫해 콩과 고추를 재배했는데 단 한포기도 수확 못했고, 농민사관학교 교육을 받고서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쌀농사와 사과, 감, 콩을 재배하고 있다. 청도군귀농귀촌연합회 회장도 맡아 회원 교류와 유통판매 행사에 뛰어 다니고 있다.
조 씨는 올해 실험적인 바나나 농사에 도전하고 있다. 열대과일에 대한 관심으로 조직된 열대과수연구회 회원 16명과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조 씨는 "귀농을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작목 선택은 공부를 하고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지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