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미술은 미술관이나 화랑 밖 도심의 거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미술의 확장은 일상의 공간에서 미술과 비(非)미술이 탈(脫)경계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것이 예술이고 또 예술행위인지 삶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 새로운 사회 문화적 패러다임 속에서 공공미술의 현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해야 할까.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는 시‧공간의 장소다. 그렇기에 현재라는 시‧공간의 장소는 이곳과 저곳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면서 시작과 끝이 없는 무시무종 순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삶의 장소는 정지되고 박제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변화가 이루어지는 장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과 모든 사물과 상호연관성 속에서 순환하는 역동적인 유기체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만이 생태적 순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불안의 시대에 마주하는 공공의 미술이 당장 인류의 생존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의 가속도에 길들여진 소비와 편리함 이면의 황폐한 환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공공미술(public art)의 현재, 생태적 순환을 향하는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process)일 것이다. 사람의 건강이 몸과 마음의 조화와 균형에 있는 것과 같이 공공미술의 생태적 순환은 자연 도시 인간이 상호 연결된 것이라는 전제를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 환경생태가 도시의 몸이라면, 감성생태는 도시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공미술의 생태적 순환을 위한 시대감성은 삶과 예술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작동하는 감성생태의 장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쏟아내는 미술관련 정보와 그것을 보고 미술을 찾아다니는 대부분의 관람자는 미술관 안의 미술과 미술관 밖의 미술을 보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감성생태를 위한 미적 체험을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미술이 삶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도시인의 감성 속으로 녹아드는지, 공공의 장소에서 미술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공공미술이 살아 숨 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길에서 만나는 미술이 너 혹은 나의 감성생태로 녹아들게 하는 공공의 미술일 때, 생태적 순환이 가능한 건강한 도시문화로 향할 것이다.
공공미술은 상상력의 활동 장소이자,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하게 하는 감성생태의 장이다. 그렇기에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의 공공미술은 생태적 순환과 시대감성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미술이 요구된다. 공공미술은 무수한 장소에서 상상을 열어가는 문이고, 그 문을 열고 잠재적 가치를 응시하는 순환의 장이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미술의 자율성 사이에서 탄생하는 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 미술은 대중과 만나는 순간 '재-의미화'를 향해 긴 시간여행을 하는 공동체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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