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이자 화가인 민병도 시인의 '노을이 긴 팔을 뻗어'에 이은 두 번째 동시조집이다. '하늘도 공책이네', '흙 속에 발을 묻으면', '삼팔선이 없는 나라', '한 마리 새가 되어서' 등 4부에 걸쳐 총 60편이 실려 있다. 자연의 숨결과 하나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 어린 독자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있는 동시조집이다. 또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곳곳에 배치돼 읽는 맛을 더했다.
"은행나무 잎사귀는/은행나무 숟가락이네// 햇살을 떠먹다가/바람을 떠먹다가// 황금빛 마차를 타네/ 가을 하늘 부신 날 " -은행나무 숟가락' 전문
은행나무 잎사귀가 햇살을 떠먹고, 바람을 떠먹으니 눈부신 가을 날 황금마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무도 눈과 입, 귀, 다리가 있음을 상상해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이 시집에는 그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 있다.
민 시인은 책머리에서 "동심은 부족하지만 무한하고, 동심은 허황하지만 희망차고, 동심은 무모하지만 순수하다. 동심은 어리지만 어른의 뿌리"라면서 "동심은 어린 시절에 잠깐 만나는 마음 상태가 아닐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버거운 일상의 찌꺼기로 인해 덮이고 가려져 보지 못을 뿐이다. 늘 깨어나는 마음으로 동심의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고 썼다.
청도 태생인 민 시인은 영남대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됐으며 1978년 시문학 추천 완료로 데뷔했다. 1985년 첫 시조집 '설잠의 버들피리'를 시작으로 '장국밥-시조선집', '칼의 노래', '부록의 시간' 등 여러 권의 시조집과 수필집, 시조평론집을 냈다. 현재 청도에서 이영도'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으로 일하며 시 쓰는 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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