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연계 없는 '공공일자리'…"장기적 일자리 연계 고민해야"

다중이용시설 생활방역지원 대구만 6500명
노인일자리 예산, 5년새 약 643억 확대…교통 캠페인, 환경 정비
희망일자리, 노인일자리사업과 겹치는 경우 많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이 14일 대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이 14일 대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양산해낸 일자리들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비슷한 일자리에 이름만 바꿔 단 일자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일자리의 경우 대부분 교통안전 관련 캠페인성 사업, 다중이용시설 환경정비 사업 등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내 8개 구‧군과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에서 시행 중인 노인일자리사업은 교통안전 지도, 스쿨존 내 교통지도‧불법 주정차 계도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중구, 북구, 달서구 노인복지관이 실시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의 경우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실버존 교통지원봉사사업'(중구·170명), '스쿨존불법주정차 안전지킴이'(북구·28명), '스쿨존 교통지원 사업'(달서구·360명)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8개 구군 시니어클럽에서도 '교통안전지킴이' 사업에 892명이 참여해 교통사고 다발구간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사업명은 다르지만 중구시니어클럽의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사업(146명), 북구시니어클럽의 청소년선도봉사사업(230명)도 학교 주변 교통·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사업으로 그 내용은 비슷하다.

최근 5년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45억원이던 예산은 지난해 766억원을 넘긴 뒤 올해는 992억여원이 책정됐다.

이처럼 사업시행 주체만 노인복지관과 시니어클럽으로 다를 뿐, 하는 일 자체는 비슷한 일자리들은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사업(이하 희망일자리)에서도 대거 양산됐다.

스쿨존 보행안전지도사업(북구·18명), 스쿨존 교통안내사업(서구·20명), 안전순찰사업(남구·30명), 보행안전도우미 사업(수성구·8명), 어린이보호구역 주차질서 계도 도우미 사업(달서구·60명) 등이 모두 지난 8월 생겨난 희망일자리다.

기존 구군 시니어클럽에서 하던 전통시장 지킴이 사업,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있는데도 '희망일자리'라는 이름을 달아 전통시장 방역 및 생활수칙 홍보 사업을 더하기도 했다. 전통시장, 대중교통, 각종 다중이용시설에서 생활방역 지원을 하고 있는 인원만 6천500명에 달한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희망일자리 사업 종사자 A(60) 씨는 "소독약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방역소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에 사람이 많이 줄어서 그냥 서있을 때도 많다"고 했다.

김대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경제사정이 악화되자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대거 양산해냈지만 일자리를 위한 명목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 장기적인 일자리로 연계될 수 있는 일자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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