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왕 바뀐뒤 도전받는 태국 군주제…SNS 활용 위력 확산, 세대간 갈등도 '폭발',

국왕의 복잡한 사생활·잦은 해외 체류도 부정적으로 작용

태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18일 수도 방콕의 승전기념비 주변에서 야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총리 퇴진과 개헌,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태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18일 수도 방콕의 승전기념비 주변에서 야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총리 퇴진과 개헌,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절대적 존중을 받던 태국의 군주제가 젊은 층이 중심이 된 시위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함께 개혁 대상의 과녁이 되고 있다. 태국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위력에 힘입어 확산하면서 군주제를 지지하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세대 간 갈등도 낳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태국 군주제가 국왕이 바뀐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시위 확산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에서 국왕은 한때 인간과 함께 사는 신(神) 또는 국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존재였다. 국왕을 비롯한 왕족을 가까이서 알현할 때 대부분의 태국인은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기듯 다가간다. 이런 태국 국왕의 권위는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이 국민을 위한 행보를 펼쳐 존경을 받은 영향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푸미폰 전 국왕 서거 직후인 2016년 12월 왕위가 그의 아들인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에게 넘어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와치랄롱꼰 국왕이 수차례 반복된 결혼과 이혼 등 복잡한 사생활과 잦은 해외(독일) 체류 등으로 민심을 잃기 시작했고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8천억원)에 달하는 왕실 재산과 군대를 사유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가 경험했던 '국왕의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현 국왕의 행보는 그저 비판과 타파의 대상일 뿐이어서 기성세대를 놀라게 하고 있다. BBC는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 태국 전역의 가정에서 세대 간 갈등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10대와 20대가 중심이 된 태국 시위는 SNS를 강력한 무기로 활용, 경찰 봉쇄를 피하는 '게릴라식 시위' 장소를 알리고 공유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 전세계에 태국의 시위 상황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19일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전날 방콕 승전기념탑 등 전국 2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지난 15일 '5인 이상의 정치집회 금지'를 포함한 비상 포고령(emergency decree)이 발령됐음에도 당일부터 나흘 연속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강행했다.

시위를 조직한 자유청년(Free Youth)과 탐마삿과시위연합전선(UFTD)측은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비상포고령 발효 당일 방콕 최중심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교차로에는 1만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모였다. 다음 날에는 경찰이 집회 장소를 봉쇄하자 SNS로 긴급공지해 시위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 주최 측은 또 SNS를 전세계를 향한 여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 태국 정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들은 해시태그로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WhatIsHappeningInThailand)을 달아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문자로 군주제와 군부 통치를 반대하는 자신들의 명분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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