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문무대왕 수중왕릉의 현대적 의미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신라 통합의 상징인 만파식적 설화가 깃든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문무대왕릉.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신라 통합의 상징인 만파식적 설화가 깃든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문무대왕릉.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지난여름 감포를 방문하여 문무대왕의 수중왕릉과 감은사지탑을 둘러보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문무대왕은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여 바다에 무덤을 만들라고 명했다고 한다.

사후 자신이 용이 되어 일본으로부터 신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런 유언대로 문무대왕은 680년경 죽은 다음 화장되어 현재의 대왕암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무덤을 만들어 두면 후손들이 제사를 지낼 때마다 동해로 오면서 일본을 생각할 것이고 이렇게 해야 나태함으로부터 후손들을 일깨울 수 있다고 보았다는 해석이다. 당시 일본은 패망한 백제의 유민을 받아들여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로서는 일본을 경계할 필요성이 컸다.

국왕으로서 바다에 무덤을 만들어 용이 되어 통일신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호국 정신에 가슴이 숙연해졌다. 아들인 신문왕은 바로 이웃에 감은사를 설치하고 용이 된 아버지가 바다를 타고 놀러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한 물을 흐르게 한 돌들이 발견되어 감은사지 터에 배치되어 있었다. 인근의 땅에서 염분이 출토되어 삼국유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대왕암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문무대왕의 수중왕릉 설화가 오늘날 우리, 특히 대구경북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문무대왕의 수중왕릉은 대외관계에서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538년경부터 신라는 선박을 관리하는 최고 행정청인 선부(船府)를 설치했다. 통일 후에는 선부를 독립시켰다. 이를 수중왕릉의 설화와 같이 보면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이후 해군과 해운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해군과 해운력을 바탕으로 150년 뒤 830년경 해상왕 장보고가 등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730년경 일본이 300척의 선박으로 통일신라를 공격했지만 선부를 통하여 해군과 해운력을 기른 신라는 이를 능히 무찔렀다. 이렇게 바다를 중요시한 신라의 정신은 고려에까지 이어졌다. 바다를 경시한 조선은 외세의 침입을 막지 못했고 쇄국정책은 결국 조선을 망하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 수중왕릉 설화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해군과 해운을 키워서 국방을 튼튼히 하고 대외관계를 중요시하라고 일깨워준다.

둘째, 문무대왕 수중왕릉은 동해안 항구를 더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산항과 인천항이 2대 항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 부산은 일본과 태평양으로 향하는 뱃길이 가깝고 인천은 중국과의 지리적 관계 때문에 중시된다. 그렇지만, 북극항로가 개척되는 지금 경북 동해안의 항구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에 가깝다. 그리고 태평양으로 가는 관문인 일본의 스가루해협으로 향하는 뱃길도 경북의 항구가 더 가깝다. 이미 이러한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하여 포항-블라디보스토크-일본 서해의 마이즈루항을 잇는 3국 간 크루즈 및 카페리 항로가 개척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더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남미에서 부산항으로 수입된 오징어 등은 경북 지역 해안가로 이동하여 건어물 건조 과정을 거친다. 경북의 항구로 바로 수입되면 상품화에 이르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경북 동해안 항구의 운송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셋째, 문무대왕 수중왕릉은 경북의 바다를 물류와 관광에 최대한 활용할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동해안 지역은 해양관광지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 심해 양식도 새로운 분야로서 개척할 수 있다. 특히 2028년 완공되는 의성-군위에 설치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포항과 영덕 등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인천공항까지 6시간 걸리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동해안에서 잡은 대게를 포함한 싱싱한 생선, 송이, 복숭아 등이 미국 LA의 교포들에게 하루 안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감포-경주, 구룡포-포항, 영덕-울진을 잇는 해양관광단지는 이제는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유럽의 관광객을 바로 유치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진출을 강조한 문무대왕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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