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저상버스 리프트를 본 적 있나요?

장애인 저상버스 이용률 낮추는 일부 승객들의 시선
아직 부족한 보급률 때문에 탑승까지 시간 많이 걸려
대구시, 예산 낭비 않으려면 문제해결 의지 보여야

13일 오후 대구 동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이민호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이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13일 오후 대구 동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이민호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이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신중언 사회부 기자
신중언 사회부 기자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버스는 친근한 교통수단이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남녀노소 부담 없이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여타 대중교통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버스도 낯설어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지난 13일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장애인 활동가와 저상버스 탑승 동행 취재에 나섰다.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그는 리프트(발판)를 타고 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버스기사가 다른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접이식 의자를 접었다. 바닥에는 휠체어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있었다. 그의 전동휠체어가 고정 장치에 부착되고 나서야 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기자에게는 낯선 장면이었다. 이전까지 전동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휠체어 이동을 위한 리프트가 사용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실제로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업계 관계자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도 "저상버스를 타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극히 드물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비록 저상버스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수는 결코 극소수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기준 대구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12만5천485명으로, 이 중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지체장애인은 5만2천682명이다.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저상버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이들의 탑승을 가로막는 두 개의 장벽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심리적 장벽이다. 리프트를 내리고 휠체어를 버스에 고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버스기사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3, 4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이러한 기다림을 참지 못한 채 짜증을 내는 일부 승객들이다. 이들의 짜증은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탑승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자 어떤 승객이 '뭐하러 나왔느냐'는 핀잔을 줬다. 그걸 들은 이후 내가 버스 타는 것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자 그는 아예 저상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리적 장벽도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을 낮추는 주된 이유다. 대구시내 저상버스 인프라 자체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10월 기준 대구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37%다. 전국 보급률(28.4%)을 웃돌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부족한 수치다. 지나가는 버스 3대 중 2대는 장애인이 탈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 길게는 2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부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기약 없이 저상버스를 기다리느니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대구시의 저상버스 보급 사업의 전망은 다소 어둡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애초 목표의 절반도 채 안 되는 13대만 도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저상버스 보급 사업이 원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개선을 위해 도입한 저상버스를 정작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면 그간 대구시의 노력도 전시를 위한 예산 낭비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으로 저상버스 탑승 장벽을 허물 때 우리는 비로소 장애인들과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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