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가 길어지며 정치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최재형 감사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길들여져선 안 된다"와 같은 '소신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다. 여권의 맹공 또한 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감사원이 20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최 원장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여권의 최 원장 흔들기가 더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외압 굴하지 말라" 소신 발언
월성1호기 감사 초기만 해도 최 원장 '개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법정 기한인 2월 말을 넘겨도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감사가 지연되는 이유와 사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에 시선이 쏠렸다.
4·15 총선 직전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심의가 의결되지 않으면서 최 원장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가 돌연 휴가를 떠났다가, 복귀 직후 월성1호기 감사국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최 원장이 내부 회의에서 '성역 없는 감사'를 거듭 주문했다는 것도 외부에 알려졌다.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말했다는 점은 그도 추후 국회에서 인정했다. 이 발언은 그의 '꼿꼿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으나, 문재인 정부에 '아픈 결과물'을 낼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사퇴하라" 여권 맹공…최재형 존재감 폭발
의도치 않게 문재인 정부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게 된 것도 그의 몸집을 키웠다. 피감사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직권심리에서 "대선에서 41%밖에 못 받은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나"라는 질의를 최 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7월 한 언론에 밝혔다.
"월성1호기를 빨리 폐쇄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 원장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할 일"이라고 폄하했다고도 백 전 장관은 지적했다.
여권은 펄쩍 뛰었다.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면서,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공정성과 신뢰도를 의심했다. 최 원장의 동서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탈원전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근무 중이라는 점도 문제 삼으며 감사 배제를 요구했다.
특히 '41%' 발언을 대선 불복이라고 몰아가며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비슷한 시기 당 대표자 후보자 신분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을 향해 "간간이 직분에서 벗어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여권의 맹공으로 최 원장 발언, 행동, 태도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가 불편한 동료를 업어서 출퇴근시켰다' 등 미담도 재조명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최 원장을 도리어 야당이 옹호하고 응원하는 이례적 상황도 연출되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에서는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최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시끄러운 분위기와 일절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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