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가 385일이라는 강행군 끝에 '경제성 저평가'와 산업통상자원부 개입을 규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본질인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않아 '절반의 성과', '타협의 산물'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경제성 문제를 파헤쳤으면서도 타당성에 대해선 입을 다물자 일각에선 '탈(脫)원전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편에선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의 부적절함이 드러난 만큼 월성 1호기 재가동 등을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야권이 감사원 발표를 계기로 탈원전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 등 후폭풍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애초 월성 1호기는 2012년 가동이 중단됐지만 약 7천억원을 투입한 설비 보강을 통해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개최해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천명한 지 1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물론 산자부 개입설, 한수원의 경제성 왜곡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2019년 10월 1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결론은 경제성 부분 등을 빼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청와대 개입 등은 언급 자체가 없었고, 한수원 이사의 배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한수원 결정에 개입한 관계자나 자료 삭제 등을 한 공직자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감사위원회 인적 구조상 속 시원한 마침표를 기대하는 게 무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위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데 이 중 다수가 여권 성향이다. 감사 심의 과정이 진통과 파행을 겪은 것도 최 원장과 이들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실제로 감사위는 지난 4월 3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보고서 의결을 보류했고, 보완 감사를 거친 뒤 10월 들어 6차례의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감사원이 경제성 저평가와 더불어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것은 눈 여겨볼 대목이다. 감사원은 "향후 원전 재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등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명시적인 규정을 만들어 유사 사태를 방지하라는 주문이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부적절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야권은 감사 결과가 공개되자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시나리오에 의한 대국민 기만쇼였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대한 실질적 사망선고"라고 규정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경주)은 "판매 단가를 낮추고, 비용을 늘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탈원전 정책 폐기 ▷문 대통령의 사과 ▷월성 1호기 즉각 재가동 ▷경주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고, 청와대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입장을 내는 일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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