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고을 청도, 농업 비전과 전략]<중>농특산품 다변화 날개 달다

감말랭이 상품화 20여년만에 청도 대표 특산품 자리 굳혀
다양한 품목 상품화에 집중지원…새 작목 발굴도 부심

이승율 청도군수와 군 관계자들이 청도반시 수확기와 가공 시즌을 맞아 업체를 방문해 감말랭이 제조와 공정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청도군 제공
이승율 청도군수와 군 관계자들이 청도반시 수확기와 가공 시즌을 맞아 업체를 방문해 감말랭이 제조와 공정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청도군 제공

경북 청도군은 지역 농특산품의 가격 안정과 판로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 의존도가 높은 청도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작목을 활용해 고부가가치화와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 작목인 반시는 소비자에게 정감(情感)을 주는 제품으로 다양한 출시가 이어지는 중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작목 발굴에도 꾸준한 시도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대표 특산품 감말랭이

쫄깃하고 달콤한 청도 감말랭이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곶감이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면 감말랭이는 불과 20여년 만에 청도군의 대표 특산품이 됐다. 특히 청도반시는 둥글납작한 형태에 씨가 없어 감말랭이, 반건시, 아이스홍시 등 2차 가공·제조에 용이한데다 상품화 용도도 다양하다.

청도 매전면 상평리 감말랭이 원조마을 표석.
청도 매전면 상평리 감말랭이 원조마을 표석.

이런 반시의 이점을 활용한 감말랭이는 청도 매전면 상평리 한 농가에서 시작됐다. 이 마을 입구엔 '감말랭이 원조(元祖)마을'이란 표석이 있다. 표석은 '1998년 상평마을 주민들이 전국 최초로 가공에 성공하여 보급하게 되었음을 알린다'는 내용이다. 이 마을 박성길(75) 씨 농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반시를 깎아 보기 좋게 모양을 내면서 점차 주민들이 합세해 상품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매전면 상평리 박성길 씨
매전면 상평리 박성길 씨

박 씨는 "감을 깎아 3, 4등분해 잘 말려보자"는 어머니의 지혜로 1998년부터 반시를 깎기 시작해 대박이 났다고 했다. 박 씨가 상품화한 감말랭이는 당시 매전면 우체국 쇼핑목록에 올라갔고, 비싼 가격에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그는 "청도 감말랭이만의 고유의 색감과 달콤한 맛은 아무 곳에서나 따라올 수 없으며, 반시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했다.

2001년 5농가로 작목반이 구성됐고, 감 깎는 기계를 도입해 본격 가공체계를 갖췄다. 마을 주민들도 감말랭이 가공을 시작해 매전면 일대는 제조 붐이 일었다. 당시 작목반 공동작업 총무를 맡았던 여성 농업인 노필태(59) 씨는 "그 때 성공하지 못했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라며 "당시 수불대장, 수매장부 등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도군도 반시의 상품성과 브랜드화를 내다보고 2005년 청도반시특구로 지정받아 신활력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이때부터 감말랭이, 반건시 등 관련 설비와 가공시설에 집중 투자했다. 군에 따르면 이 결과 2019년 기준 지역 내 감말랭이 등 감 가공 산업 현황은 660개 농가(업체 포함)에서 반시 생산량(2만9천55t)의 42%(1만2천200t)를 가공해 판매액 591억원을 창출했다.

◆반시 고부가가치 상품화

청도반시를 원료로 한 상품화 용도는 20여 품목에 달한다. 감말랭이, 반건시, 아이스홍시 등 식품에서 와인, 화장품, 감물염색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여기에 감식초, 감시럽, 비누, 감잎차, 장아찌 등이 개발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홍시주스 등 신선음료, 수제 맥주도 시판되고 있다.

청도군은 소비 시장의 변화에 맞춰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 저탄소제품 인증을 확대하고, 청도반시의 브랜드화 및 프리미엄급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향후 감의 기능성 물질을 활용한 제품과 젊은층이 선호하는 시럽, 슬러시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실용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주)네이처팜 예정수 대표
(주)네이처팜 예정수 대표

농업회사법인 ㈜네이처팜 예정수 대표에 따르면 청도에서 만든 감말랭이, 반건시의 맛과 품질에 대한 해외 수출국의 호평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네이처팜은 일본, 태국, 베트남 등지로 연간 180~200t 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예 대표는 "청도반시는 고품질이 가능한 2차 가공에 있어서 보배 같은 먹거리이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수출전문 재배단지 등 규모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 새 작목 실험

청도 매전면 당호리 이상일(50) 씨는 사계절 농사를 짓는다. 그는 대추가 주작목이지만 농지에는 봄배추를 재배해 6월에 출하하고, 그 자리에 콩을 심어 10~11월 수확한 후 퇴비용도의 호밀을 재배하는 등 3모작 농사를 짓는 셈이다.

매전면 당호리 이상일 씨
매전면 당호리 이상일 씨

그는 "대추밭은 연봉 개념이고 나머지 작목은 월급 받는다는 마음으로 농사짓고 있다"며 "농사는 사람의 노력 30%, 날씨가 70%일 정도로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애플망고 교육을 받고 작목반 6명과 함께 열대과일 도전에 나섰다. 제주도보다 일조량, 강수량에서 청도지역이 유리해 뛰어난 품질의 망고 생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단지화 등 규모를 키워 충분한 납품 물량 확보와 가격을 낮춰야 하는 부분은 해결 과제라고 했다.

매전면 남양리 김희수 씨
매전면 남양리 김희수 씨

청도 매전면 남양리 김희수(50) 씨는 딸기재배를 기반으로 4~5개 작목을 생산하며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농지엔 벼농사와 콩, 배추를 재배하고, 하우스 6동은 딸기 농사가 끝나면 후작으로 멜론을 재배한다. 그는 올해 지역에서 애플망고를 첫 생산해 화제를 모으며 열대 과일 재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에 따라 새 작목 발굴 등 젊은층부터 작목을 비교하고 연구하면 좋겠다"고 했다.

금천면 임당리 박경태 씨
금천면 임당리 박경태 씨

청도 금천면 임당리 시설하우스에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을 재배하는 박경태(65) 씨는 "한라봉은 온도만 맞으면 잘 자라는 편이고 당도와 과즙이 풍부하다"며 "수확기를 조절해 조기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출하과일은 로컬푸드와 선물용 주문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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