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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개봉 판도…극장 지고 넷플 뜬다

영화 '콜' 스틸컷
영화 '콜' 스틸컷

20년 전만 해도 영화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순했다. 극장에 개봉된 후 시간차를 두고 VHS나 DVD로 출시되고, 이후 TV 방영으로 일생을 마쳤다. 최고의 순간은 물론 극장 개봉이다. 극장 개봉일에 맞춰 감독과 제작진이 주변 커피숍에 모여 대기하다 극장 매표소에 몰린 관객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는 그 순간이 최고의 정점이었다.

이제 극장 개봉의 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개봉되고, DVD나 블루레이 출시도 생략되는 시대가 됐다. 필름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직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영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리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100여 년간 지속된 극장 개봉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됐던 '사냥의 시간'에 이어 '콜'(감독 이충현)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가닥을 잡았다. 개봉에 따른 불투명한 극장 수입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안전한 수익을 선택한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지난 20일 "영화 '콜'을 11월 27일에 전세계 단독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콜'은 올 3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고, 갈수록 극장 개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밀집 시설에 대한 관객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으며, 중장년층 관객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더 이상 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글로벌 인기를 확인한 '살아있다'의 박신혜가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 이창동 감독 '버닝'의 전종서가 함께 출연한다.

박신혜는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과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서연으로, 전종서는 과거에서 현재로 전화를 거는 여성 연쇄살인마로 나온다. 단편영화 '몸 값'으로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영화 '승리호' 스틸컷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도 넷플릭스 개봉을 저울질하고 있다. 송중기 주연의 SF 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낙원의 밤'은 '신세계'와 '마녀'로 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과 탁월한 느와르 스타일에 매료된 많은 관객들이 극장 개봉을 기대했다.

'승리호' 또한 제작비 240억원의 대작으로 올해 가장 주목을 끈 작품.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추석연휴 개봉으로 연기됐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개봉을 무기 연기했다.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 SF 대작. 우주쓰레기 청소를 담당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편 모두 극장 개봉 기대작이었으나 넷플릭스 공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특수 환경이지만, 향후 영화의 개봉에서 온라인이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될 때 놀라움이 불과 3년도 안 돼 일상화된 느낌이다.

이에 따라 영화관의 비중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1위인 CGV가 지난 19일 상영관 30% 감축을 결정했다.

올해 극장 관객이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반면 임대료 등 고정비는 상승했고, 거기에 방역비 등 추가 지출까지 가중됐다. 이미 대구CGV는 지난 8월에 영업이 중단된 상태. 비단 CGV 뿐 아니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도 같은 형편이다.

몸집 줄이기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관의 스크린수는 과할 정도로 확대된 측면도 있어 극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화가 상업적 토양에서 잉태된 것이기에 자본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비록 코로나19로 앞당겨지긴 했지만, 바야흐로 세상이 바뀌는 순간들을 우리는 보고 있다.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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