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상을 입은 진돌이(1살. CM. 13㎏)가 병원을 찾았다. 선한 눈빛의 진돌이는 온몸이 하얀 백구였으며 낯선 동물병원 스텝들에게도 거리낌없이 다가왔다. 해맑은 표정과는 달리 오른쪽 앞다리는 붕대가 칭칭 감겨진 채 불편한 듯 들고만 있었다.
진돌이는 두달 전 사고로 앞다리가 부러졌다. 인근 병원에서 수술은 받았지만 뼈가 아물지 못해 재수술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리 상태는 갈수록 나빠져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고 보호자가 말했다.
성장 과정의 개는 골절이 발생하더라도 수술 후에 빨리 회복되는 편이다. 두달 전 사고난 진돌이도 생후 9개월령이었으니까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도 진돌이가 잘 회복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돌이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부러진 골단면이 안정적이지 못한 채 더 나쁜 상황으로 진행됐다.
1차 수술에 적용된 외부 핀고정 수술은 골절부위를 최소로 절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며 뼈를 잘 맞닿게 고정시켜준다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외부 고정핀이 변형되거나 개가 수술받은 다리를 빨리 디딜려는 경향으로 인해 뼈가 안정되게 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뼈가 붙으려면 부러진 골단면이 잘 맞춰지고 움직이지 않아야 되는데 골단면의 움직임이 많아지면 오히려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돌이는 쾌활하고 아픔을 잘 참다보니 초기 수술 후 수술받은 앞다리의 움직임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진돌이가 본원에 왔을 때는 이미 골단면의 유합이 지연되어 골융해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인공뼈를 첨가하여 재수술해야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바로 수술이 진행됐다. 외부 고정핀을 제거하고 피부를 절개했다. 조금이라도 염증이 의심되는 유착 조직들이 보이면 깨끗하게 제거했다. 이미 융해가 되어버린 골단면에는 인공뼈 가루를 채워 넣고 플레이트를 이용해 골단면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진돌이 처럼 체형이 크고 활달한 개들은 순간적으로 수술받은 다리를 강하게 디딜 수 있다. 수술 하는 수의사가 개의 성격이나 품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골절 수술의 방법과 재활 과정을 달리하는 이유다. 수술 후에도 보호자분들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처럼 골절수술 후 단단한 깁스를 장착하기 어려운 개의 특성 상 보호자가 경과를 잘 관찰하여 알려줘야 한다.
골절 수술을 받았거나, 무릎뼈 탈구 수술을 받은 개는 재활치료에도 많은 신경을 쓰셔야 재수술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진돌이도 수술 후 2주 정도 집중적으로 재활 치료가 이루어졌다. 두 달 동안 힘든 수술이 반복되면서 위축된 다리 근육과 관절 기능을 되살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재활 과정은 무리하지 않게 즐거운 상황을 유도하며 서서히 운동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자칫 강압적으로 재활을 유도하다 보면 개가 통증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재활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진돌이는 수술 후 2주가 되면서 수술받은 오른쪽 앞다리를 자연스럽게 디디며 산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골절부위가 완전히 회복되는 한 달 정도는 과격한 충격이 앞다리에 가해지지 않도록 보호자분들에게 신신 당부드렸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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