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도 독감 백신 주사를 맞은 70대가 사망하고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21일 대구경북 병의원에도 공포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날처럼 접종 대기줄이 늘어선 곳은 찾기 어려웠고 백신이 안전한지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대구 중구에 있는 한 종합병원은 독감 백신 접종 첫날 300명 가까이 몰렸던 접종자가 이날은 30명 대로 줄었다. 이곳 직원 A씨는 "주사를 놓기 전과 후에 바로 귀가하지 말고 30분 이상 대기하고, 조그만 이상 증상이라도 보이면 즉시 말하라고 수차례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 선착순 400명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서구의 한 병원도 전날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평소라면 오전 중에 400명 분량의 백신이 동나지만 이날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마감됐다.
이곳 직원 B씨는 "오늘 하루 종일 병원에서 사용하는 백신이 문제가 없는지 묻는 전화가 이어졌다. 무료접종을 하러 왔다가 유료접종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시·군 보건소 등에도 백신 접종 안전성을 두고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영천시 한 40대 남성은 "예전에 백신을 맞은 뒤 몸살 증상이 있었다. 연일 사고가 나니 불안하다"며 "접종을 안 하기도, 하기도 애매해 위생 등 건강관리에 더 유념하려고 한다"고 했다.
칠곡군 70대 주민은 "독감 백신을 맞을까 했는데 사망 사례가 많다고 해 포기했다"고 했다. 군위군 70대 여성은 "코로나19 때문에 맞지 않을 수도 없고 또 맞자니 사망 사례가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백신 접종 안전성에 대한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예천군보건소 관계자는 "'독감 주사를 맞아도 되느냐'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아무래도 사망자가 나오면서 불안한 마음에 문의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예천에서는 북새통이던 병원 앞 풍경이 전날보다 다소 조용해진 분위기다. 병원마다 정해진 하루 백신 접종 인원은 모두 채웠지만, 길게 늘어섰던 대기줄이 상당히 줄었다.
한편으로 백신물량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산의 한 전문의는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은 백신 부족으로 접종을 받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히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백신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국가조달계약 백신이 아니라 지정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백신으로 먼저 접종한 후 백신 접종비용을 보건소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정 의료기관별로 확보한 백신 양에 편차가 있어 일부 의료기관은 자체 보유량이 일찍 소진돼 예방접종이 어렵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백신 접종 전에 의사와 자신의 몸 상태 및 기저질환이 있는지를 상담한 후 맞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보건소 등에 연락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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