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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직진

김성민 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예전에 나와 무척 친하게 지내던 운전의 구루(?)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운전은 강물의 흐름과 같다. 그 흐름을 거스르지 마라. 그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려고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부딪히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힘들고 가더라도 고달프다. 어차피 강물은 흘러 바다에 이르나니 아무리 서둘러본들 몇 분 차이 안 난다. 강물과 같은 흐름에 너를 실어라." 대단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운전을 하다가 마음이 조급해지면 가끔 구루의 이 말씀을 되뇌어 본다.

걷거나 달리거나 운전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거나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곳에 도착하기 위해서 직진만 할 수는 없다. 가다 보면 왼쪽으로 꺾어 가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꺾어 가기도 해야 한다. 꺾어 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똑바로 가다가 왼쪽으로 둘러 가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둘러 가기도 해야 한다. 도저히 직진만으로는 도달할 수가 없다. 도로나 하늘 길 또한 그렇게 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살짝 잘못된 길로 들어섰더라도 조금만 헤매다 보면 이럭저럭 또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정글과 같은 곳에 처음으로 길을 내고자 하는 욕망이 무지막지하게 불도저나 탱크로 밀어붙여 직선으로 길을 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감지되는 것은 무자비한 폭력성이다. 사막에서 도로를 낼 때는 직선으로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왼쪽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일직선 도로만 달릴 경우 가뜩이나 사막의 비슷한 풍경에 핸들 조작도 필요 없어 운전자가 깜빡 잠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만 고집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왼쪽으로만 가겠다고 마음먹으면 당연히 왼쪽으로 맴돌게 될 것이다. A지점에서 출발, 다시 A지점으로 돌아오겠다는 여정이라면 맞는 선택이겠지만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겨가길 마음먹은 여정이라면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왼쪽으로만 맴돌아도, 오른쪽으로만 맴돌아도 상관없겠다. 하지만 어느 목표한 지점 없이 한 자리에서 맴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한쪽으로만 맴돌면 어지럽기 마련이다. '코끼리코'게임을 해보면 안다. 허리를 숙이고 코를 쥔 뒤 한쪽으로 빙글빙글 맴돌다 결승점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나 겨루는 게임이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은 어지러운 나머지 비틀거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너무 심하게 비틀거리다 넘어져 다치기까지 한다. 코끼리코를 하고 나서 멀쩡하게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하였다.

한쪽만 고수하다 보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유연한 사고로 대처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밖에서 내려다보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모양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가을이 곡선을 그으며 겨울로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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