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번졌던 지난 3월 1천28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며 1년 반 만에 1천130원 선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달러 약세-원화 강세' 기조가 미국 대선에서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 중국의 빠른 경기 반등으로 인한 위안화 강세 등으로 인한 것인 만큼 당분간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환율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환율은 우리 경제에 호재와 악재로 동시 작용하는 양날의 검이다.
◆위안화와 같이 강세흐름 이어가는 원화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1천190원이었던 환율은 1천139.4로 1천130원대에 진입한 뒤 21일 종가 기준 1천131.9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찍은 뒤 23일까지 반등하지 못한 채 1천132.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불과 50여일 만에 원화 가치가 5%나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화 가치 상승이 위안화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상 흐름이 10월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에 기댄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 및 상대적으로 빠른 중국 경기회복 추세, 내수 부양과 기술 독립에 초점을 맞춘 쌍순환 정책의 추진 가시화가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안화와 국내 원화의 상관계수가 0.84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이며 출렁거렸다.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대체 통화로 유동성이 풍부한 원화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흔들릴까

다음달 3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원화와 위안화의 동반 초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공약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이같은 정책에 따라 가뜩이나 높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달러 가치 절하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원화와 위안화 가치는 뛴다.
더구나 미·중 갈등을 부각시키며 지지율을 끌어올려온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대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중 갈등이 훨씬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원화와 위안화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독될까 약될까…예의주시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당 1천120원 선에서 환율의 1차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달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거나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할 경우 1천10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과 중국 간 통화스와프 연장계약 소식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앞으로 원화와 위안화 사이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2025년 10월10일까지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하고, 규모는 기존 560억달러(약 64조원·3600억위안)에서 590억달러(약 70조원·4000억위안)로 늘린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같은 비상사태 때 미리 정한 환율로 자국 화폐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계약이다.
기존 계약에 비해 규모와 기간이 확대된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원·위안 동조화 인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오창섭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상관관계가 높다"며 "위안화 절상률과 원화의 절상률이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안화의 국제화가 강해지고, 글로벌 통화 내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면 원화와 위안화 동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증시에 외국인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본 결국에는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기업은 외화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게 되는데, 원화가 강세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해 영업이익은 악화하고 주가에도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현재 환율 수준이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감소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수출물량 지수가 뚜렷하게 감소할 경우에는 환율 하락이 상장사 실적에 크게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그 정도는 아니다"며 "환율이 1천원대까지 하락할 정도는 돼야 수출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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