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6·25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으로 규정하며 북한의 남침을 부정한 데 대해 외교부는 25일 뒤늦게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용납할 수 없는 '역사 부정'임에도 이렇게 늑장을 부린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17일 일본 정부·의회 지도자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자 외교부가 즉각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논평을 낸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더 한심한 것은 중국 국가주석이 대놓고 6·25전쟁의 진실을 부정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최소한 외교부 장관이 직접 반박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외교부 대변인을 내세웠으며, 그것도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기자가 질문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외교부 대변인의 '구두 반박'도 없었을 것이다.
외교부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입을 닫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시 주석 발언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적절하다' '아니다' 평가하는 건 외교적 관례가 아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송영길 외통위원장도 "우리 입장에서 어렵고 곤궁한 상황인데 다 같이 한반도 전쟁을 막고 평화의 시대를 만들자"며 동문서답했다.
모두 속으로는 시진핑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과 함께 남한을 적화하려 했던 침략자의 뻔뻔스러운 역사 부정에 이렇게 어정쩡한 자세를 보일 수 없다.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굴욕적 자세라고밖에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 그 길을 텄다. 군사 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굴욕적 '3불' 약속을 했다. 2017년 중국 방문 때는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은 큰 봉우리" "법과 덕을 앞세우고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고 했다.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것인가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노골적 사대(事大)였다. 대통령부터 이러니 집권 세력 전체가 중국에 저자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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