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모씨의 자진 월북 논란과 관련, 해양경찰청장이 그가 월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야당은 해경이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유가족에게 아픔을 줬다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서 "(피살 공무원 이 씨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충동적으로, 공황 상태에서 월북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통신·금융정보 조회를 통해 이 씨가 진 도박 빚과 꽃게 대금으로 인한 압박 상황도 확인됐다"며 자진 월북한 증거가 다수 있다. 구명동의를 입고 부력재에 의지했으며, 북한 민간선박에 신상정보를 밝히고 월북 정황을 이야기 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 22일 간담회에서 "실종자(이씨)가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그의 자진 월북을 주장했다.
이 같은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야당 의원들이 "소설", "뇌피셜"이라는 등 질타를 하자 이날 김 청장이 다시 한 번 해경 수사 내용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해경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실종자의 도박 횟수와 금액까지 말했는데 이는 명예살인이고, 도박 빚이 있으면 다 월북하느냐"며 "동료들은 실종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청장은 "월북을 사전에 직원들과 상의할 가능성은 작다"며 "월북을 오랜 기간 준비한 게 아니고 심리적인 불안함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순간적 판단으로 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맞섰다.
김 청장은 '명예훼손으로 유가족들에게 아픔을 주는 게 해경청장의 역할이냐'는 지적에"수사를 하다 보면 궂은 일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해경이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기에 유리한 정황 자료를 취사 선택해서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판단의 이면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무책임함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UN 종전 연설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청장은 "이번 사건의 수색이나 수사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피살된 공무원 이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30분쯤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해상에서 발견됐다. 북한군은 원거리에서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군 당국과 해경 등은 이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지난 18일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주최한 '국민 국감'에 참석해 "동생이 배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다 실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은 엄연히 실종자 신분으로, 국가가 예우해야 한다"며 "동생의 희생을 명예 살인하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해경은 이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해상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이날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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