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명품 사치(奢侈)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2000년대에 만들어졌다. 한때는 인터넷 신조어와 유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잘나갔다.
고추장남(늘 같은 패션에, 잘 씻지도 않고 구질구질한 남자)이란 아류도 낳았다. 된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목소리가 컸을 정도이니 된장녀는 가히 '메뚜기 한철'을 보냈다.
명품은 한국에서는 대접을 잘 받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은 명품 걸쳤다가 망신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갑부인 아마존 창업자는 명품을 '끊임없는 혁신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정도로 대접한다. 다소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지긴 해도 가방이든 옷이든 자동차든, 명품으로 인정받는 제품은 혁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명품 선호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명품이 갖고 있는 무형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지불하려는 인사는 널렸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정서를 깔고 있는 우리네는 명품은 아니더라도 최소 제값은 따져봐야 직성이 풀린다.
국가를 명품에 견준다면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나라를 꼽을 수 있겠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이자 최강국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 애플과 구글, 스포츠, 영화 등 '굴뚝 유무'를 떠나 made in U.S.A가 유명하다. 정치도 잘 돌아간다.
유럽 유수의 나라들도 돈 빼고는 미국에 버금간다. 골프, 축구, 미술, 영화, 박물관 등 '세계 4대 메이저'란 명함은 다 갖고 있다. 오죽하면 일개 작가(셰익스피어)와 한 나라(인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자부심인지 허세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덕에 비빌 소조차 없는 나라'는 허세도 부럽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명품으로 보진 않는다. 어쩌다 졸부가 된 사람이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품위와 격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된장녀란 비아냥만 듣게 된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치나 경제나 온 나라가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 소득수준이 조금 나아졌다고 명품 나라가 된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경제는 시장경제 좌표가 모호해졌고 신뢰도 잃어가고 있다.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정치는 제값 못하고 '편 가르기'에만 바쁘다. 막 끝난 국정감사는 맹탕이었다. 야당은 '자기 정치' 하느라 귀중한 '야당의 시간'을 허비했다. 국회 권력을 거머쥔 쪽은 장관, 정부 인사 등 제 식구 쉴드 쳐주기에 바빴다. 형식만 민주주의이지 대화와 타협, 소수 의견 존중이란 민주주의 명제는 온데간데없다. 협치를 기대하는 것이 사치로만 느껴진다.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짝퉁 내놓고 명품 값을 지불하라는데 '세금 한탄 시조'가 유행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 유럽처럼 떡하니 내세울 수 있는 명품 국가라면 '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인들 아깝겠는가. 행정과 정치 권력을 장악한 여당은 분에 넘치는 힘을 사치하고 야당은 '여당 견제, 비전 제시'는커녕 허구한 날 재탕, 맹탕 정책으로 고추장남이 된 지 오래다.
믿을 건 국민뿐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나라가 된장과 고추장으로 범벅이 돼 가는 상황에선 더욱 잘 보고 정치를 소비해야 한다. 국민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된장녀와 고추장남에게 또 국정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들이 수천 곡을 작사·작곡한들 'BTS', 나훈아 같은 명품 가수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데, 1류이자 명품 국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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