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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우의 새론새평] 사람 잡는 ‘사람중심’

도태우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서해에 표류하던 국민이 피격 소각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월북 논란 중에도 이 일을 자행한 북한 당국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하여 계속 기본적 인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편 수만 명의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성노예로 인신매매된다.

북한에서 사람이란 무엇일까? 1992년 개정된 북한 헌법 제3조는 북한이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혁명 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한다. 제8조에서는 북한의 사회제도가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제도"라 한다. 이 헌법에 따르면, 북한의 모든 것이 '사람 중심'이다.

대한민국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구호 역시 10년 이상 사람 중심이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사람 중심 ○○'라는 글귀가 수없이 게시되었으며, 댓글 조작 드루킹의 '경인선'(경제도 사람 먼저) 구호도 사람 중심의 변형일 뿐이다.

이렇게 남북이 동시에 집착하는 사람 중심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다. 어쩌다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나붙게 되었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 중심 구호를 유포한 인물들은 1970년대부터 북한 체제 이념의 근간을 이룬 주체사상의 세례를 받은 공산운동권 출신이다. 황장엽이 만든 주체사상이 남과 북 사람 중심 구호의 원주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황장엽은 이를 '개인적 생명과 구별되는 집단적 생명'이라 부른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 '개인'이 아닌 추상적 '집단'인 것이다. 사람 중심 구호에서 사람이란 인민, 대중, 민족, 인류와 같이 집단과 전체로서의 사람일 뿐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겪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러기에 황장엽은 심지어 스탈린, 모택동을 대인배, 위대한 공산주의자로 존경했다. 수천만 명의 사람이 강제수용소에 갇히거나 굶어 죽었지만, 인류의 차원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라는 수용소 국가를 70년이나 떠받쳐 온 이 위험천만한 기만의 사상은 놀랍게도 어느 틈에 우리 사회 정치권과 국가기구 제도권의 핵심을 점령한 듯하다.

주사파의 범위는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진당과 내란 선동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김정은 위인맞이 단체 부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요하게 사람 중심을 외치는 민주당 내에도 주사파가 있다. 북한 영상물에 저작료를 보낸 임종석 전 실장, 주체사상 홍보 단체에 수의계약을 준 이인영 장관은 모두 주사파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소위 보수 정당에서도 하태경 의원 같은 주사파 출신 인물이 정통 자유민주주의자를 '극우'로 몰아 당에서 쫓아낸 뒤 모든 정당을 사람 중심 정당으로 통합하는 길을 닦고 있다.

나라 전체가 사람 중심 구호의 본질과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폭풍에 휩쓸리고 있다. 주사파 이념 집단의 완고함과 무모함이 물밑에서 계속 작용하기에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를 극복해 갈 것인가? 우선 사람 중심 구호의 유래와 종착지를 명확히 깨닫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실상에서 보듯 사람 중심은 전체주의 권력 추구의 이념적 도구일 뿐이다. 사람 중심의 종착지는 북한이 그랬듯이 전체 사람 또는 민족, 국민의 명분으로 개인의 모든 권리를 접수하고 법치의 틀을 파괴한 뒤 절대 권력자 수령의 손에 이 모두를 넘겨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이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70년 기적과 번영의 역사를 가능케 한 기초이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선명하게 이를 자각하고 축복의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모든 개인에게 침범되어서는 안 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다. 이것이 사람 잡는 '사람 중심'과 정반대 편인 '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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