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울릉도 누룩뱀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최근 아시아 말벌이 미국에서 큰 이슈가 됐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진공 흡입기로 말벌을 퇴치하는 뉴스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전 세계에도 타전됐다.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로 불리는 이 장수말벌은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꿀벌과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이런 말벌이 미국에 처음 상륙하자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말벌이 북미에서 처음 목격된 것은 지난해 가을 무렵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등 태평양 연안 지역에 말벌이 출현하자 농무부 당국은 말벌 여러 마리를 포획한 후 추적기를 달아 벌집을 찾아냈다. 북미 전역에 확산하기 전에 미리 소탕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도 말벌 몇 마리가 단 몇 시간 만에 꿀벌 둥지를 모두 파괴할 정도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을 경고했다.

앞서 가물치도 미국에서 악명을 떨쳤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흔한 가물치가 지난 2002년 메릴랜드·버지니아주 등 동부 지역 강과 저수지에서 목격되자 가물치 한 마리당 200달러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경계했다. 우리에게 배스나 블루길의 존재처럼 가물치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인식된 것이다.

외래종이 파생하는 생태계 문제점은 이 외에도 많다. 한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줄무늬다람쥐(chipmunk)가 유럽 숲 생태계를 교란한 사례나 황소개구리, 2009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 몇 해 전 부산항 화물 컨테이너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 등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뱀 없는 섬'으로 알려진 울릉도에서 최근 뱀이 목격됐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2일 저동항 수협 위판장에서 60∼70㎝ 길이의 검은 갈색 줄무늬 뱀이 목격됐는데 외형상 누룩뱀으로 추정된다. 쥐잡이뱀, 밀뱀 등으로 불리는 누룩뱀은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뱀이다. 그런데 울릉도에서 처음 목격되자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현재로서는 뱀의 출현이 울릉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낯선 외래종이 생태계에 끼치는 크고 작은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국의 세밀한 조사와 장기적인 추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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