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무역으로 읽는 세계 경제

무역의 힘/ 프레드 P. 혹버그 지음/ 최지희 옮김/ 어크로스 펴냄

신형
신형 '아이폰12' 시리즈. 연합뉴스
바나나
바나나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

겨울에도 포도를 먹을 수 있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저녁이면 '왕좌의 게임'을 정주행하는 세계….

모두 무역이 있기에 가능한 세계다. 동시에 우리는 미중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세계무역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협력하는 경제가 가져오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보호무역주의로 역행하는 상황은 왜 발생할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관세 폭탄의 도화선은 무엇인가.

전 미국 수출입은행장 프레드 P. 혹버그는 무역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역이 우리의 일상 그 자체라는 것을 환기한다.

◆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무역 재발견

책은 오늘날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확산되는 원인을 되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노예제 존폐를 둘러싼 충돌로만 여겨온 남북 전쟁 이면의 뿌리 깊은 무역 내전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 형성 시기부터 수입 규제로 이득을 본 북부 산업도시와 피해를 입은 남부 농업 지역 간의 반목은 오늘날까지 무대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외국의 값싼 인력에 일자리를 빼앗긴 중서부 도시의 선거인단 비중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역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극히 일상적인 여섯 가지 품목을 선택했다. 샐러드, 자동차, 바나나, 아이폰, 교육, '왕좌의 게임'이 그것이다. 미국산 로메인 상추 식중독 사태 당시 미국은 어떻게 샐러드를 계속 먹을 수 있었을까. 무역 덕분이다. 바나나의 가격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이 역시 무역 덕분이다. 이들 품목의 여정을 좇으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무역을 재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국제 공급 사슬 또는 가치 사슬을 강조한다. 아이폰 제작에 몇 개국이 참여하는지, 미중 무역전쟁으로 왜 아이폰이 타격을 받게 되는지, 누구나 미국 차로 여기는 쉐보레에 미국 부품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는 서비스무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적 수익은 물론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교육과 관광 등에서 저자는 이미 세계 경제는 무역장벽이 기능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무역 규제로 치닫는 보호무역주의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 '무역으로 인한 패자'인 일자리 문제

이 책은 무역의 순기능과 자유무역에 대한 적극적 옹호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무역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그 득과 실에 솔직해져야 보호무역주의 역행을 다시 거슬러 모두가 공존하는 세계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무역으로 인한 패자'인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무역조정지원조치(TAA, 무역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기반이 약해진 기업과 농민에게 일정 기간 금전적·교육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이후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비판한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업의 피해에 소극적인 조치를 해오며 '무역이득공유제'(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제도) 논의는 답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더욱이 '노동 없는 미래'가 예견되는 시점에서 일부 지역과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었던 피해가 앞으로는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360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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