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신세계갤러리&쇼움갤러리 오세열 '기억의 저편'전

오세열 작
오세열 작 'untitled' (1982년)

추억이라는 빛바랜 뇌리 속에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 사이를 오가는 기억의 편린은 세월의 더께를 켜켜이 쌓아두고 있다. 그 세월의 흔적 속에는 잊지 못하는, 때론 잊혀져가는 유년 시절의 동심이 존재한다.

대구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갤러리와 쇼움갤러리가 함께 기획한 특별전 '오세열-기억의 저편'전이 대구를 찾았다.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인 오세열(75) 화백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작품 30여 점과 영상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작가의 60년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격동기의 한가운데서 해방, 건국, 6·25전쟁 등을 겪으며 예술가로서 산 작가의 기억 속 아련한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어 보는 이의 삶과 흔적을 뒤돌아보게도 한다.

특히 1960년대 정물과 인물에서 출발해 1970년대 반추상과 추상, 낙서하듯 벽면을 거칠게 긁어낸 1980년대의 암시적 추상을 비롯해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작업한 기호와 숫자를 바탕으로 하는 기호학적 추상 작품 등 시기별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은 이번 전시가 주는 묘미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숟가락, 밥그릇, 단추, 넥타이, 들꽃, 새, 숫자, 몽당연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이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가 겪은 경험이나 느낌을 압축한 것들로 추억과 동심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다.

오세열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을 넘어서며 서양의 화법과 한국적 화법의 차이를 뛰어넘고 있다. 작품 속 인물상은 두상을 강조한 전신상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미술에서 본 듯한 느낌을 주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그 대상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으로 형상을 왜곡, 해체, 재구성해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감각에 머물지 않고 근원적인 무언가를 찾으려는 작가적 감성의 발로인 바, 사물의 본질적이고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또 못 끝으로 긁어서 상처를 낸 화면은 우리 기억 속에 존재하는 생채기 난 무엇을 연상시킨다. 물감의 층을 반복적으로 긁어낸 작업은 내면에 깔려 있는 세계를 찾기 위한 작가의 정신세계이면서 기억 저편 동심에 자리한 의식의 꿈틀거림이다.

다른 한편으로 캔버스를 거칠게 가득 채우면 반복되는 숫자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23일(월)까지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며, 25일(수)부터 12월 31일(목)까지 쇼움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문의 053)66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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