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환의 시대산책] 북한은 코로나 청정국인가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군사 퍼레이드 연설에서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하니 이것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북한이 코로나 청정 지역임을 강조했다. 자신과 간부는 물론 수만 명의 군인과 주민까지 마스크를 모두 벗은 채였다.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져 있는지 아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에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코로나가 아예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극소수인 것이 확실하다.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본 적이 없으며 그런 소문을 들은 적도 없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북한은 소문이 매우 빠르고 널리 퍼지는 나라다. 그런데도 확진자에 대한 소문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이거나 청정국에 가깝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북한이 감시통제 능력이 뛰어난 나라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전적으로 오해다. 북한이 1960, 7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통제 능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감시통제 능력이 상당히 낮아졌다.


작년 중국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할 때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병든 돼지를 몰래 도축해서 먹거나 시장에 내다팔았고 공무원들은 뒷돈을 받고 이를 묵인했다. 그 결과 북한 전역의 돼지들이 초토화되었고 심지어 야생 멧돼지까지 광범하게 전염되었으며 이것이 한국의 접경지역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였다. 감시도 되지 않고 통제도 되지 않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강력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북한에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서? 아니다. 만약 용기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면 옛날에 체제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단속은 꾸준히 하지만 걸려도 뇌물을 주면 대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뇌물을 줄 정도의 돈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가장 심한 것도 북한이다. 부정부패가 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북한의 다양한 요소가 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국가의 종합적인 조직력 ▷국민적 단결력 ▷공무원의 행정 능력과 공적 마인드 ▷국가 청렴도 ▷광범하고 체계적인 정보수집망 ▷CCTV나 이에 준하는 정보수집 기기의 질과 양, 조직화 ▷정보처리 기술과 효율성 ▷감시통제를 위한 AI 기술 활용의 질과 양 ▷감시통제에 대한 낮은 법적 제약 ▷감시통제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협조 정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중 북한의 국가 청렴도는 세계 최악이고 6, 7개 항목에서 확실히 한국보다 약간 혹은 아주 많이 뒤처져 있고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만약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이라면 그건 감시통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운 때문이다. 북한은 원래 폐쇄 국가였는데 국제 제재까지 겹쳐 더 폐쇄적인 국가가 되었다. 그나마 아주 소규모로 교역과 교류를 하던 것이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이었는데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확진자 수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도 100만 명당 3명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만날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학교 다닐 때 북한 사회는 감시와 통제가 철저한 사회라고 배워 왔다. 뒤 세대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 북한 사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망가진 사회다. 반면 한국은 감시통제 능력이 끊임없이 높아져 온 나라다. 이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을 현실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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