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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스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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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영화관에서 1만3천원 받는 것은 OTT 서비스에서 3인 가족이 한 달 볼 수 있는 가격입니다." 영화관 입장료 인상에 대한 한 시민의 인터뷰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그것도 무섭게 변했다. 참고로 OTT 서비스란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쉽게 말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9천500원부터 프리미엄의 경우 1만4천500원까지 다양한 요금제가 있다. 이렇게 열심히 구독하다 내 오른쪽 어깨를 보니 옷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왼쪽 어깨는 더 심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 아침 샐러드 구독료, 쇼핑몰 배송 구독료 등으로 이미 내 옷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분명 각 브랜드당 1만~2만원 정도의 소액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합쳐지니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런 구독 서비스를 잘 이용한 스님의 경우가 있어 소개한다. 대개 사람들은 절에 가서 초 등(燈)을 밝히고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그 초 등은 일회성으로 그친다. 불이 꺼지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스님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초를 전자 초로 바꾸고 불을 밝히는 비용을 받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자 촛불을 밝히는 데 월 1만원을 받고, 1년이면 1만~2만원 할인까지 해줬다고 한다. 아마 불교계에서 도입한 첫 구독 서비스 개념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절의 재정이 탄탄해졌다고 한다.

직원이 수백 명에 이르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절에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이 스님을 만난 적이 없고 책에서 읽은 마케팅 사례였는데 매우 기발했다. 전자 초 등 1개에 월 1만원인데 100개, 1천 개가 되니 고정 수입이 엄청났던 것이다. 돈에도 중력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들어오는 목돈보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의 힘이 더 세다. 안정적이고 계획을 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우리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건 계약 시스템에서 연간 계약으로 바꾸니 회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직원을 더 고용할 수 있었다. 늘어난 인력은 회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것이 바로 고정 수입의 힘인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힘겹다. 하지만 유례없는 불경기에도 돈을 버는 사람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고객의 지갑을 열지 가슴이 답답하다. 지갑에 5초 본드라도 붙여둔 것처럼 굳건하다. 하지만 눈을 가늘게 떠보면 틈새시장이 보인다. 그것이 바로 소액 정기 구독 결제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구독자들이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월 1만원? 이 정도면 부담 없지. 오히려 1만원에 이 정도 서비스면 내가 이득 아닌가?' 쿠팡 역시 좋은 예이다. 제주도의 경우 책 한 권만 주문해도 배송료가 5천원 정도 붙는다. 이에 쿠팡은 월 2천500원의 구독료를 내면 배송비가 무제한 면제되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기업은 바로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예민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 마음을 읽는다면 오히려 시장은 뒤집힌다. 레드오션은 블루오션이 된다. 불경기는 호경기가 된다. 적어도 그런 능력을 갖춘 기업에겐 말이다. 불경기니 돈을 아끼려는 마음, 불경기니 안정적인 것에만 돈을 쓰려는 마음을 역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좋은 광고이다. 세상에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낸 것보다 더 좋은 광고가 어디 있겠는가.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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