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57)가 2일 법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윤성여(53) 씨와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 재심 청구인 자격으로 나온 윤성여 씨를 향해 직접 밝힌 것이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공판 기일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 "14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내가 맞다"라고 증언한 것에 이어 자기 대신 용의자로 몰리는 누명을 쓰고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사죄했다.
이춘재는 "제가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형 생활을 한 윤성여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가 (윤성여 씨의) 앞으로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성여 씨는 공판에 출석하면서 시작 전 밖에서 만난 취재진 질문에 "착잡한 마음으로 왔다. 다만, 이춘재 씨가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해준다고 해 고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춘재는 또 죽은 피해자들에게도 사죄의 말을 전했다.
이춘재는 "저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빌며, 유가족과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 제가 이 자리에서 증언하는 것도 작은 위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당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의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윤성여 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붙잡혔고, 이어 윤성여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상소를 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2심과 3심 재판부 모두 이를 기각했다.
결국 20년을 복역한 후 2009년 가석방된 윤성여 씨는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자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어 이춘재에 대해서는 지난 7월 경찰 최종 수사 발표를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진 10건의 살인사건 말고도 추가로 4건의 살인 혐의가 밝혀졌다.
다만 모두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이고, 이에 이번 재판에는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이춘재는 첫 살인 사건 발생에서 34년 만에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에서 이춘재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교도소에서 본 것과 관련, 별 감흥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영화로 봤고 별 감흥이 없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어서 신경 써서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춘재는 당시 경찰 수사가 부실했고 이러한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법무부 재소자 DNA 정보를 미제사건들과 대조 수사하는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특정됐다. 이에 경찰은 처제 살인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춘재의 DNA와 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이춘재는 "제가 안 잡히려고 증거 은폐를 하고 강력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아서 DNA 채취 후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며 "경찰이 언젠가 찾아오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오지 않았고, 안 오니까 '안 오나 보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 10월 26일 이 사건 재심 공판 증인으로 나왔던, 해당 사건을 수사한 바 있는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는 "국과수 감정서가 있어 그걸 토대로 수사했다. 나는 경찰관으로서 열심히 근무한 죄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윤성여 씨로부터 자백을 받기 위해 부하 형사들에게 윤성여 씨를 잠 재우지 않고 폭력을 행사토록 하는 등 강압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덧붙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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