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난과 관련해 "임대차 3법 등 급격한 시장 변화로 과도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전세난으로 국민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과도기' '불편'으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국민에게 인내를 요구한 청와대 경제 정책 책임자의 현실 인식과 대응이 놀랍다.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난이 심각하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로 2001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 등 전국적으로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은 치솟아 전세수급지수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1년 내내 상시적인 전세난이 진정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청와대 참모는 전세난에 따른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며 '임대차 3법 조기 안착'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 시행 3개월이 지났지만 전세난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3개월이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 빗나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난 원인으로 코로나와 저금리를 지목했다. 잇단 규제 대책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증발한 것이 전세난 원인인데도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자들이 내놓았거나 내놓을 대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우선 할 일이다.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 청와대 참모진 등 정책 책임자들을 교체해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버리고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기의 부동산 정치'를 폐기하고 시장에 확고한 신호를 주는 대책을 내놔야 전세난 등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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