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유엔 연합군이 고전하자 미국 정부는 황당무계한 계획까지 짰다. 한국민 62만 명을 남태평양 서사모아로 이주시켜 망명정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뉴 코리아 플랜'(New Korea Plan)이라고 명명된 이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인구 8만 명에 불과한 서사모아에 60여만 명의 한국인을 이주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
한국전쟁 초기 미국이 군사력 철수를 심각히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일본에 있던 맥아더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 대목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당시 주한 미 제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이다. 그는 "부산으로 밀리면 대살육이 일어난다. 오직 '지키느냐 죽느냐'(stand or die)의 선택밖에 없다"며 장병들을 독려했다. "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워커 사령관은 무능하고 보신주의에 빠진 휘하 연대장들을 독려하고 친(親)맥아더 패밀리들의 견제와 딴지를 이겨내면서 대구를 지켜냈다. 1983년 국방부는 그를 6·25전쟁 4대 명장으로 선정했다. 정부도 1950년 12월 경기도 양주군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그를 기리기 위해 서울의 아차산에다 '워커힐'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의 흔적은 더 있다. 대구 남구 봉덕3동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캠프 워커'의 이름도 그의 성(姓)을 땄다. 캠프 워커는 1921년 이후 일본군이 비행장과 탄약고로 쓰던 땅인데 해방 후 주한미군이 기지로 사용 중이다. 헬기장과 1.4㎞ 활주로, 관제탑 등이 들어선 이곳은 주한미군에게 주요한 군사 시설이지만 소음 피해와 개발 제한 피해를 겪는 인근 주민 입장에서는 부지 반환이 묵은 숙원이다.
지난해 6월 한미행정협정 실무협의를 통해 캠프 워커 헬기장 부지 반환이 확정된 뒤, 반환 업무가 절차상 마지막 단계인 외교부 산하 특별합동위원회로 드디어 이관됐다고 한다. 이제 시민 품으로 돌아올 헬기장 부지에는 대구 최대 규모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3차 순환도로의 완전 개통도 가능해진다. 앞산과 맞닿은 남쪽이 꽉 막혀 있는 대구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인데 이참에 대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로부터 지켜낸 워커 사령관을 다시 한번 추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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