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사격장 훈련 민군(民軍) 갈등, 주민 신뢰부터 얻어라

4일 오후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인근에서 진행된 주민 집회에 방문했다. 배형욱 기자
4일 오후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인근에서 진행된 주민 집회에 방문했다. 배형욱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의 사격장을 둘러싸고 군 당국과 주민 갈등이 심각하다. 특히 경기도 포천에서 지난해 말 주민 반대로 중단된 미군 아파치 헬기 포격 훈련까지 계획된 탓에 주민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당국은 사격장에서의 미군 헬기 포격 훈련을 주민들과 사전 협의하는 소통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해 주민 여론은 더욱 나빠졌고, 급기야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와 이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일은 무엇보다 군 당국의 그릇된 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이 지난 1960년 사격장 설치 후 60년 세월 동안 겪은 고통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1천만㎡의 드넓은 사격장과 불과 1㎞ 거리에 있는 마을 주민들은 각종 불편을 안보라는 국가 차원의 애국심으로 견뎠지만 이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기존 전차 포격 등에 따른 민원만으로도 벅찬 마당에 느닷없이 미군 헬기 사격 훈련까지 겹쳤으니 주민 불만은 폭발할 만하다.

게다가 사격장 주변에 사는 마을 주민만 50여 가구 13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종전 헬기 사격을 하던 경기도 포천 주민들 반대 의견에는 귀를 기울인 군 당국이 수성리 주민 불편과 민원은 미리 배려하지 않았으니 주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은 비록 그동안 몇 차례 주민과의 자리를 가졌지만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16일의 헬기 훈련 일정까지 잡았으니 해결의 접점 마련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주민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먼저인 만큼 예정된 헬기 사격 연습은 재검토돼야 한다. 자칫 격앙된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마저도 우려스럽다. 또한 군 당국이 신뢰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해 믿음부터 쌓아야 한다. 앞서 우리는 안보를 앞세운 성주 사드 배치 때 당국의 '달콤한' 지원 약속 불이행에 따른 주민 불신의 생생한 전례도 지켜봤다. 시간이 걸려도 군 당국은 주민이 믿을 진정한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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