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보고픈 날. 어머니 냄새가 그리워 지는 날. 서늘한 가을이 되면 사무치게 어머니가 보고 싶어집니다. 덩그라니 자식을 기다리시던 그 모습은 집터 뒷밭 호박구덩이에 참하게 영근 누런 호박처럼 이파리 바삭거려 부서질 듯한 모습으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내어보고 계시던 어머니. 가을은 그리움 만으로도 가슴저리게 되는 계절입니다.
평생을 남을 먼저 배려하시는 삶을 실천 하셨지요. 그 삶을 손해 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딸의 식견에서는 언제나 답답하고 화가 났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길 가던 걸인조차 그냥 보내지 않으시고 어려운 시절 끼니를 거른 가난한 이들을 물어서도 대문을 두드려 도움을 전하셨다고...주변에서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서릿발 시어른의 나무람도 많이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모두 넉넉지 않던 살림살이에 퍼주는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기도 하셨겠지요. 베푸는 어진 심성은 종내 서방의 작은 각시에게까지도 그러하셨습니다. '저렇게 난리를 쳐도 세상천지 불쌍한 사람이다. 살아가기 각박해서 저러는 것이니 너희들은 원망하는 마음과 모질고 악한 마음을 가지지 말거라. 저하고 내가 모진 인연으로 만난 것 뿐이니 너희들이 관여할 것은 아니다'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에 어디 베풀 데가 없어서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인이 우리 모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 그로 인해 얼마나 서럽게 아팠는데, 어머니는 알고 그러시는지 원망의 마음도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내어 주기만 하시느냐고 무슨 이유로 바보처럼 사시느냐고 참 많이도 대들어 묻고 속상해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모든 것이 모두 다 우리를 위해서라고 하셨지요.
모질고 엉킨 인연은 자식들에게 이어지지 말고 힘든 모든 것은 어머니께서 이승에서 풀어가실 거라 그러셨습니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한 지극한 마음, 미움도 원망도 초월한 자신을 내려놓은 下心(하심·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 그 어려운 것을 어머니께서는 실천 하신 건데 메마르고 부족한 저는 항상 힘들어 했습니다.

오히려 어머니의 삶을 바보 같다고 푸념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넉넉하시고 편안하셨습니다. 모진 병마가 닥칠 때 까지는 말입니다. 어머니는 제게 그리움이고 아픔입니다. 병환으로 고생하시고 시간이 흘러 영원한 이별이 다가왔을 때, 장례절차가 진행되면 남겨진 것 없이 너무나 빨리 떠나시게 된다는 걸 알아채고 몰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한 줌 잘라 두었습니다.
그때 남겨진 머리카락은 오늘처럼 사무치게 그리울때 코를 묻고 냄새도 맡아보고 혹 부서질세라 고이 만져 보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흔적은 남기지 않는다고 저의 이러한 행동을 크나큰 불효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도 고집하며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리움이 다하는 날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이러할 듯 합니다.
김미선 여사님!!!
저는 어머니께서 제 어머니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지금껏 인간 구실하고 살아왔으니 제발 다음 생에는 저의 딸로 나셔서 은혜를 보답하는 윤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 합니다. 평생 잿빛 먹빛의 옷차림이셨던 어머니께 고운 옷 지어 입혀드리고 눈물 많았던 세상에 단단한 바람막이 되어 어머니를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지적하지 않으시고도 모두를 부드럽게 바른길로 가르치시는 성정과 고우신 모습. 어머니는 그러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오늘같이 그리움이 속삭이며 다가오는 날은 저도 모르게 어느새 먹먹함으로 속절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얼마나 더 그리워해야 되나요. 이런 마음은 얼마나 지나야 사그라 드는 것입니까. 죽음은 진정한 죽음은 잊혀 지는 것이라 하더군요. 어머니께서는 저의 기억으로 살아계십니다. 맺히는 눈물은 어머니를 기리는 효심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눈가에 흐르는 그리운 눈물 꽃을 어머니의 영전에 존경과 사랑과 함께 올립니다.
엄마 김미선 여사를 그리며 딸(장남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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