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가을에 맞이하는 학생 축제'…세계문화와 연극으로 배우는 소통, 깊어지는 생각과 감성

공연 촬영 후 온라인상에서 펼쳐내는 대구교육연극축제
온·오프라인에서 다문화와 소통, 공감하는 세계문화축제

예년 같으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릴 때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단위, 또는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축제 등이 열릴 시기다. 학생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배려하고 나누며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대구시교육청이 진행하는 대구교육연극축제와 세계문화축제도 그런 형태다.

제5회 대구교육연극축제가 공연 촬영 영상을 활용, 온라인상에서 열린다. 한 극단이 축제에 출품할 작품을 촬영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제5회 대구교육연극축제가 공연 촬영 영상을 활용, 온라인상에서 열린다. 한 극단이 축제에 출품할 작품을 촬영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온라인으로 여는 연극 한마당

'대구교육연극축제'는 대구시교육청이 여는 대표적 예술교육 축제다. 2016년 첫 행사를 열었으니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사)한국연극협회 대구시지회와 손을 잡고 일반 극단이 학생 극단, 교원 극단 등과 공연을 나누며 소통해온 행사다. 교육 연극으로 세대, 계층, 인종 간 소통을 활성화해 전인교육을 실현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운영해왔다.

교육 연극으로 축제를 꾸미는 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 전 운영·참가단체 선정부터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수, 권리·의무·저작권 등에 대한 합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큰 걸림돌이 생겼다.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는 등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왔는데 관객 없이 공연하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 연극 공연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참가 단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일까지 극단별로 교내 또는 지역 소극장에서 소수의 관객 앞이나 관객 없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대구문화예술산업학교 무대·영상예술과 김태희 학생은 "대본을 쓰고 연습하는 게 힘들었지만 연습을 하면서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며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끄집어 내 표현하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제5회 대구교육연극축제 홍보 포스터
제5회 대구교육연극축제 홍보 포스터

연극들을 촬영한 영상은 편집을 거쳐 16일 대구시교육청 유튜브에 탑재될 예정이다. 공연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다큐 영상과 15개 극단의 작품, 초청 공연팀의 작품을 30일까지 골라 볼 수 있다. 공연 시간은 20분에서 90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공연 형태도 낭독극, 뮤지컬, 연극 등 여러 가지다.

유가중 학생 극단의 김솔 교사는 "평소 소극적이던 우리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며 "연극은 혼자 할 수 없는 예술이다. 이런 활동 덕분에 학생들이 교우 관계를 다지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이 연극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쉬운 접근성, 소통력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예술 장르라는 점 때문. 시교육청 생활문화과 문미양 장학사는 "공연을 잘 만들어내는 것보다 공연 또한 배우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연극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의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의 '2020 세계문화축제'는 온·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해 진행된다. 지난해 세계문화체험 프로그램 중 다도를 체험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국경과 민족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는 자리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는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이곳은 지역 다문화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더 나은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다양성에 공감하고 생각을 공유, 실천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교육. 학생들이 지역과 국적, 편견과 색깔의 경계를 넘어 세계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게 이곳의 목표다.

'2020 세계문화축제'는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가 마련한 행사.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축제 주제는 '세계문화 THINK(생각하기), SHARE(공유하기), ACT(행동하기)'. 학생들이 아직 '다문화'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화합과 소통, 어울림의 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체험 프로그램 외에는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이번 축제의 특색이다. 16~20일 오후 5~9시엔 유튜브(채널명 : 2020 세계문화축제)를 통해 참여할 수 있고, 대면방식으로 2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세계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2020 세계문화축제 홍보 포스터
2020 세계문화축제 홍보 포스터

16일엔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글로벌 국악단의 '신뱃놀이' 연주, 가온 어울림 뮤지컬단의 '뮤지컬 갈라' 공연이 유튜브를 통해 상영된다. 두 공연단은 초·중학교 다문화학생과 비다문화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국악과 뮤지컬을 매개로 소통, 협력하며 다문화 수용성은 물론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게 한 것이다.

17일과 19일엔 다문화 강의로 유명한 정철규(개그맨), 김윤태(다문화박물관장) 강사의 '학부모 다문화 이해 교육'이 진행된다. 외국인 노동자의 애환,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다양성 존중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18일에는 '패밀리 셰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서 규동(일본), 라따뚜이(프랑스), 퀘사디아(멕시코) 등 다른 나라 전통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 21일에는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대면 방식으로 세계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세계시민체험(VR체험), 아프리카 악기 칼림바 연주, 베트남 보드게임, 세계문화유산 DIY 팝업북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2~18일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하면 된다.

상세한 일정과 참여 방법은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모든 학생들이 다양성과 인권, 타인 존중의 가치를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을 갖춰 미래를 이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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