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을 '살인자'라고 일컬었다. 필부도 아니고 국정의 총책임자(대통령)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섬뜩한 표현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반(反)정부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표출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보면서 반대 진영에 대한 집권 세력의 증오심과 적개심이 어느 정도인지 모골마저 송연해진다.
4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문재인 산성(山城)'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경찰이 버스로 밀어서 집회 참가자들을 코로나 소굴에 가둬 버렸다"고 지적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도둑놈을 옹호하는 것이냐"라고 했고 급기야 노 실장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며 언성을 높였다. 여론 비난이 쏟아지자 노 실장은 속개된 회의에서 "과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극언들이 무심결에 흘러나온 것이 아니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4일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집권 세력이 국민들을 자기편과 적으로 얼마나 철저히 분리해 생각하고 있는지 쉬 짐작하게 만든다. 광복절 집회가 국가 방역 정책에 대한 비협조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고 해서 고위공직자가 '살인자'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가며 참가자를 향해 입에 칼을 품은 비난을 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일어날 장면이 아니다.
이러니 대한민국의 정치 품격이 떨어지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날로 커지는 것이 아닌가. 안 그래도 노 실장은 주중 대사 시절 중국이 사드 보복에 들어가자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 "중국은 침략 유전자가 없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누구의 혀가 더 독한가 경연대회를 벌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살인자'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노영민 실장은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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