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복선화 사업에 따른 경북 안동역의 신축 이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1930년 경북선 점촌-안동 구간이 개통되면서 문을 연 안동역이 90년 만에 옮겨가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안동시는 서울 청량리까지 운행시간을 1시간 20분대로 단축할 수 있는 교통망이 확보되면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신축 역사와 그 주변 지역 개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경북 북부지역 발전의 중심축이 될 신축 안동역의 개선점과 발전 방안을 짚어본다.

◆온 국민의 사랑받는 안동역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첫눈의 계절이다. 비가 내린 뒤 기온이 영하로 급강하했다. 첫눈은 곧 예고도 없이 내릴 것이다. 첫눈 하면 떠오르는 배경이 안동역이다.
경북 안동시 운흥동 구도심에 있는 현재 안동역은 안동시의 역사와 함께 했다. 특히 트로트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라는 노래가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이 곡이 히트한 이후 안동역 앞에는 관련 노래비도 생기고, 노래 배경이 된 젊은 역장과 연인의 이야기가 닮긴 장소도 보존돼 있다.
'안동역에서' 노랫말은 누구나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첫사랑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이든 다른 어디에서든 만나자고 약속한 첫사랑이 있지 않을까?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기로 한 연인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절절히 노래해서인지 매년 이맘 때면 국민가요가 되는 노래다.
2008년 발매한 '안동역에서'는 히트를 예감하거나 예고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저 그런 노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대중의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2012년 '전통가요' 1위를 차지했다. 진성은 20년 무명가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안동시 홍보대사로서 안동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명예시민이 됐다.
그렇다면 안동역이 이전하고 나면 첫눈이 내릴 때,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연인들은 어느 역으로 가야 할까? 지금의 안동역인가 아니면 이전하는 새 역사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안동버스터미널 옆으로 이전…임청각도 복원
지난해 기준 안동역은 하루 1천430여 명이 이용했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안동역은 시외버스터미널과 100m 거리로 가까워 경북 북부권 주민들이 안동을 통해 다른 지역을 가는 등 풍부한 교통편을 자랑했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이 송현동으로 옮기면서 연계성이 떨어지게 됐다.
이후 영주댐 건설계획, 충북 도담-안동 간 중앙선 복선전철화 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안동역은 기존 자리에서 현재 안동버스터미널 바로 옆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전이 완료되면 그동안 중앙선 안동 시내 구간의 존재 탓에 복원이 불가능했던 역사유적지 임청각과 법흥사지 칠층전탑이 온전한 복원 작업에 들어간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은 일제가 독립운동 정신을 끓어놓고자 99칸의 대저택 중간을 관통하도록 선로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선로 철거와 함께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동역은 기차 자유이용권 '내일로'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역이기도 하다. 대학교 방학시즌에는 안동역 건너편에서 하회마을, 봉정사, 도산서원으로 가는 내일로 이용자들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서울 청량리 1시간 20분대, 울산 태화강 1시간대
안동역 이전이 완료되면 경북 북부지역민의 생활도 확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설 구간이 개통되면 고속열차 'EMU-250'의 투입으로 최고 운행속도가 250㎞/h로 향상되고, 현재 하루 평균 33회 운행되는 열차도 편도 137회까지 운행할 수 있게 된다. 3시간 20분이 걸리는 서울 청량리까지 운행시간은 1시간 20분대로,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울산 태화강역까지 운행시간은 1시간대로 단축할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역의 신축 이전은 단순히 역과 철도를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안동시는 역 접근성을 확대하고자 지난해 급행버스 노선을 신설했다. 안동역은 고속·시외버스와 철도의 환승센터 기능도 수행, 이를 거점으로 안동이 경북 북부권의 새로운 교통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새로운 안동역은 철도 노반이 있는 고가를 중심으로 역무실과 대합실 등 승객 편의시설은 고가 밑에, 승강장은 고가 위에 건축하는 이른바 '선하역사' 형식으로 건축됐다. 아울러 지방도 924호선과 교차하는 곳에는 놋다리밟기를 형상화한 구조물, 낙동강 횡단 구간에는 양반탈의 눈웃음을 표현한 구조물이 설치되는 등 안동의 정서를 최대한 살렸다.
안동시 관계자는 "역사 신축 이후에도 현재보다 더욱 진화된 연계관광을 위한 교통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같은 곳에 있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방문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축 안동역, 역사 규모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다음달 말 준공을 앞둔 신역사 규모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수요예측이 근 10년 전에 이뤄진 것 탓에 신공항 등 새로운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신역사는 2012년 수요조사를 마친 뒤 2013년 발주됐다. 당시에는 경북도청 이전 및 신도시 조성과 바이오산업단지 등의 수요 요건을 고려, 2027년 최고 수요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역사 규모가 정해졌다.
하지만 올해 군위·의성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이 결정되면서 안동역의 수요 자체가 상당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합신공항이 목표대로 2028년 완공되면 안동역의 이용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안동시는 내다본다.
이 때문에 올해 4월 안동역 신역사 건축허가를 두고 사업 주체인 국가철도공단과 안동시가 이견을 보였다. 일단 안동시는 준공 이후 주차장 증설, 시외터미널과의 연결통로 건설 등을 위탁사업으로 진행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그러나 역사 내 2층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증설, 협소한 역 광장 등은 초기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단이 '변경 불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동역 신역사 건설을 주관하는 국가철도공단 강원본부 관계자는 "역 광장은 초기 설계에 맞춰 진행된 부분이고 다음달 준공을 앞둔 시기라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이용객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주차 면수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역사 주변에 일부 확보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에스컬레이터 증설 역시 고민했지만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안동시 요구를 반영해 1층 편의시설 증설에는 최대한 협조했다"고 말했다.
〈 안동역 연혁 〉
- 1930년 10월 = 경북 안동역 업무 개시(안동 운흥동)
- 1949년 07월 = 안동역으로 역명 변경
- 2009년 12월 = 중앙선 도담-영천간 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 2011년 01월 =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이전(안동 송현동)
- 2012년 01월 = 안동역 이전 수요조사
- 2013년 10월 = 중앙선 도담-영천간 이설공사 발주(안동 송현동)
- 2020년 08월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발표
- 2020년 12월 = 안동역 이전 완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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