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국 특산품’

미국 대선 개표 사흘째인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센터에 마련된 개표장 밖에 몰려와 개표 결과에 항의 시위를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오른쪽)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사흘째인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센터에 마련된 개표장 밖에 몰려와 개표 결과에 항의 시위를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오른쪽)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미국을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땅덩어리가 큰 데다 인구도 많고 다문화사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정해진 시간에 투표를 마감하고 개표해 결과를 발표하는 '선거 상식'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공정성 문제를 넘어 제도의 정합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에서의 혼란은 예견된 바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부시와 앨 고어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인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동과 소송전이 분수령이다. '선거 결과 불복'이라는 싹이 트고 이번 대선에서 공화·민주 양당 반목과 갈등이 봇물 터지듯 표출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구전략을 정확히 꿰뚫어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예측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층 갈등과 반민주주의적 기운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지난달 23일 NBC '투나잇 쇼'에 출연한 샌더스 의원은 마치 대선 시나리오 전체를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시시각각 바뀌는 개표 상황과 두 후보 간 반응을 예측했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과 전혀 오차가 없다.

우편투표를 둘러싼 갈등과 개표 중단 소송,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이어지자 미국 주류 언론은 그의 기자회견 실황도 중도에 끊는가 하면 CNN의 앵커맨 앤더슨 쿠퍼는 "지금 미국인들은 뜨거운 태양 밑에서 발버둥치는 뚱뚱한 거북이를 보고 있다"고 멘트할 정도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벌어지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과연 '트럼프'라는 정치인 개인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든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미국의 진면목을 봤다.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에서 오는 혼란이나 '미국 특산품'으로 불리는 트럼프의 억지 부림을 넘어 미국 사회 곳곳에 '스탠더드 파괴' '독선'의 불온한 움직임이 이미 굳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어떻든 이번 미국 대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관념과 가치를 다시 성찰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여야 갈등이 극심한 한국 정치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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