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대마'(大麻·삼·hemp)를 말하면 '대마초', '마약'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보다 '안동포'라는 긍정의 식물로 먼저 여겨진다. 그만큼 안동 사람들은 수천년 동안 대마에서 옷감을 얻어 살림살이와 가정경제에 보탬되도록 하는 긍정의 지혜를 가져왔다.
'100번의 손길이 가야 안동포가 만들어진다'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마를 재배하고, 삼을 짜 베로 만들어 내기까지의 '길쌈'에서 안동 사람들의 정성과 대마의 순기능적 활용이 얼마나 대단했을 지를 짐작할 수 있다.하지만, 여전히 대마는 마약류로 취급된다. 사람에게 '해(害)로운' 식물로 인식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는 '대마초'를 피운 사람들을 단속했다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도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처럼 부정적 이미지의 대마에서 '안동포'라는 긍정의 산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안동지역이 다시한번 대마의 '이(利)로움'을 보여주려 한다.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대마가 지닌 사람들에게 '이로운' 새로운 물질을 추출해내고, 이를 지역과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내려하는 것이다.

◆안동,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지정
대마초라는 마약류 식물이나 안동포로 대표되는 삼베 원료로만 알려진 대마가 치매와 뇌전증 등 질환 치료에 활용될 길이 열렸다. 지난 7월 6일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최종 지정되면서다.
'헴프'는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0.3% 미만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한다. 뇌전증, 치매, 신경질환 등 특정질환 치료 원료의약품인 'CBD'(칸나비디올)을 헴프에서 추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헴프산업 시장은 해마다 24%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대마 잎과 미수정 암꽃에서 추출한 순도 99% 이상의 CBD를 이용해 원료의약품을 제조해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은 특구 지정 후 곧바로 안동시청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경북 대마산업클러스터 육성 등 대마를 기반으로 한 의료용 바이오산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한국유니온제약, 버던트테크놀로지, 한국콜마, ㈜유한건강생활, 교촌F&B 등 20여 관련 기업 관계자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경북테크노파크 등 연구기관도 참석해 의료용 헴프산업에 대한 발표와 간담회도 이어갔다.
이철우 도지사는 "대마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매와 뇌전증, 암 등 질환에 효능이 있는 식물로, 미국 암학회 등이 치료용 슈퍼푸드로 선정하기도 했다"며 "국내 첫 대마 규제특구를 통해 5년 동안 63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고, 20여 개 기업의 신규투자 등을 통해 대마를 기반으로 한 의료용 바이오 소재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헴프 산업화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안동의 미래를 열어갈 경제 활력 부문 핵심"이라며 "농업부터 바이오 산업화까지 그린바이오 산업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특구 지정으로 안동시 임하면, 풍산읍 일대와 경산시 등 5개 지역 총 34만841㎡의 부지에 내년부터 5년 동안 사업비 450억원이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의료제품용 CBD를 생산・수출하는 사업과 대마 성분 의료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안동포타운 내 스마트팜 대마재배 공원이 조성되고,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과 2차바이오산업단지, 경산에 있는 경북TP(메디컬융합소재실용화센터)와 한국학의약진흥원에서 CBD 추출과 분리·정제, 안정성 검증이 이뤄진다.
이 산업은 농업과 바이오산업을 동반 성장시키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정밀, 안정적인 대마 재배와 원료의약품 제조와 실증, 단계별 휴효성분과 완제품 등급 분류 등 블록체인에 기반한 종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5년 동안 450억원을 투자해 63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5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719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 경제적 측면과 함께 농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섬유용 산업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 기대, 대마성분 의약품의 국산화 가능 등 산업 효과가 기대된다.

◆안동, '안동포'에서 의료용 헴프산업으로
안동은 대마와 천년의 역사를 함께해오고 있다. 대마에서 원료를 얻어 베틀을 이용해 하나하나 손으로 짜 '안동포'라는 옷감을 만들어 냈다.
신라 선덕여왕 때 베짜기 대회에서 이름을 날려 진상품이 됐으며,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며, 통풍이 잘 되고 열전도성이 커서 시원해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의복의 소재로 널리 이용됐다.

안동포는 모든 과정에 수작업으로 진행돼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값싸고 질 좋은 섬유가 생산되면서 안동포에 대한 수요가 줄어 재배면적이나 안동포 생산에 참여하는 직조기능 보유자의 숫자도 감소한 상태다.
안동포 직조기능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이며, 최근에는 '삼베짜기'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로도 지정됐다.
안동시는 안동포 전승을 위해 전승교육관, 대마체험장, 대마건조장, 길쌈광장, 편의시설 등의 시설을 갖춘 '전통 빛타래 길쌈마을'을 조성해 놓고 있다.
이처럼 사양산업의 길로 들어선 안동의 대마 활용산업이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수출용 산업 헴프 재배가 허용되고, 헴프에서 뇌전증·치매 등 의료목적의 제품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된다.
대마는 그동안 법적 규제와 사회적 통념으로 접근조차 불가능했으나, 세계보건기구와 UN마약위원회의 규제완화 움직임, 합법화 국가의 증가, 시장 성장 측면 등을 고려해 수출목적에 한해 산업용 헴프 재배와 소재 물질 추출을 허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특구 지정 배경이다.◆대마, 특정질환 치료 원료의약품 'CBD' 함유
대마에는 환각성분인 'THC' 뿐만 아니라 특정 질환 치료에 이로운 원료의약품인 'CBD'이라는 물질이 함께 있다.
지금까지 법률과 사회 통념은 환각성분인 'THC'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CBD'에 대한 연구와 규제가 완화되면서 우리나라도 이번에 안동을 헴프특구로 지정하면서 대마에 대한 새로운 통념을 만들 계기를 마련했다.
한마디로 대마 주산지인 안동에서 안정성·시장성 등 산업화 실증을 이뤄내 그동안 사회 통념으로 막혀 시도조차 못했던 헴프 의료산업 성장의 마중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계획이다.

김문년(안동시 보건소장) 박사는 "WHO에 의하면 CBD는 향정신성 약물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남용과 의존 가능성이 없어 국제 마약 통제 하에 두지 못하도록 마약위원회(CND)에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NIDA)는 약물의 위험도 비교분석 결과에서도 "대마는 담배의 니코틴, 헤로인, 코카인, 알코올 심지어 커피보다 의존성이나 금단증상, 내성, 강화성, 중독성이 덜 치명적이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마의 종류와 성분에 따라 체계적 관련 법률 개정, 대마재배 농가와 대학·연구기관이 협업해 품질이 균일한 산업용 CBD 고함량 품종 육성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의약품·기능성 화장품·반려견 영양제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대마 상품 상용화 등 대마산업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