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표변(豹變)의 나날이다. 여야를 떠나,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다. 정치인 너도나도 부족할까 입을 보태며 옛 약속과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다. 마치 경연장 같다. 뭔가 큰일 있거나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리는 우리 정치에 특유한 전령(傳令) 현상의 한 꼴이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전 서울시장과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공석 이후 내년 4월 선거를 치르게 되자 당초 후보를 내지 못하게 규정한 당헌을 억지로 바꿔 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이 그렇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출마를 위해 임기 중간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주던 공천 불이익 규정도 광역단체장 선거 경우 아예 없앴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지금까지 부산·울산·경남이 주장하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을 반대하고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 사업을 지지하던 입장을 최근 뒤집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종전 입장과 달리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힘을 싣는 움직임을 보이자 말을 바꿨다.
이들뿐이랴.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정황을 세상에 밝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여당에서는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려는 움직임이다. 임명 당시 총장을 치켜세우며 살아 있는 권력 수사까지도 주문했던 정부와 여당의 표변은 역사에 회자될 사례가 될 만하다.
그런데 본래 표변은 좋았다. 생존의 이치에 따라 표범의 무늬가 계절의 바뀜에 맞춰 아름다운 색으로 달라졌겠지만 세상은 이를 좋은 뜻으로 해석했다. 옛사람들이, 지난날의 잘못에서 벗어나 새로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표변'으로 일컬었다니 말이다. 군자표변(君子豹變)이란 말까지 생긴 까닭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오늘날 정치권과 정부 여당 무리의 표변을 나무랄 수만 없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자신이 약속한 당헌을 바꿔 내년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하도록 표변한 여당에 한마디도 않고 묵인했으니 다른 무리의 표변 허물이 무슨 큰 탈일까. 표변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없다.
지도자 세력이 이러니 세상이 모두 표변해도 내로남불처럼, 하나의 문화처럼 받아들여야 하리라. 표변은 더 이상 욕이나 흠이 아니다. 원래 뜻대로 아름답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지탄받는 일은 없을 터이다. 좋은 징조인지,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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