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 뚜루루~ "
무서리가 내릴 무렵 배꼽시계처럼 찾아왔습니다.
밤에도 떼로 날아, 울음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수 천마리가 겨울을 나고,
또 수천마리가 하늘길을 오가며 쉬던 휴게소.
1970년대까지 달성습지는 두루미 천국이었습니다.
먹이터 들판도, 잠자리 백사장도 다 옛말.
두루미의 마지막 보루, 달성습지 하중도 마저
'잡초섬'으로 변하자 발길을 딱 끊었습니다.

지난 4일 찾은 순천만.
벌써 흑두루미 1천48마리가 왔습니다.
1996년 첫 70여 마리가 찾은 이래
지난해엔 2천7백1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났습니다.
성서공단으로, 축사와 시설하우스로
달성습지 먹이터가 사라지던 그때부터
순천만은 그들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이제는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
비결은 '배려와 보살핌'이였습니다.
갯벌 옆 63㏊ 논을 두루미 먹이터로 내놨습니다.
92농가에 무농약으로 벼농사를 짓게 하고
순천시가 모두 사들여 두루미 밥상을 차렸습니다.
논 사이 전봇대 280여 개를 뽑은데 이어
올해는 갯벌 염전도 이들에게 잠자리로 내줬습니다.

지난해 순천만습지 방문자는 208만3천명.
비수기 겨울엔 흑두루미 군무가 탐조객을 불러들여
입장·체험·주차료 수익만 42억원.
자연스레 팬션·맛집도 갈대처럼 줄을 섰습니다.
모두 피란 온 두루미를 '상전'으로 모신 덕입니다.

순천만 두루미가 대를 이어 찾았던 달성습지.
되돌려 줄 기회가 없진 않습니다.
인근 주남저수지,구미 해평습지를
기웃거리는 녀석이 아직도 적지않습니다.
7년 전엔 청보리를 심고 먹이를 뿌린 하중도에
두루미 403마리가 내려 앉기도 했습니다.
복원 가능성을 일깨우는 청신호였습니다.

인적이 끊긴 광활한 모래섬 달성습지 하중도.
잡초를 걷고 은빛 백사장을 되찾아
두루미가 다시 먹고 쉬는 월동지로,
일본 이즈미시까지 여행하는 중간 기착지로,
구미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번식중인
재두루미 방사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두루미도 사람도 되돌아오는 '생태도시 대구'.
결코 멀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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