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유리상자 아트스타Ver4

고관호 작
고관호 작 'Aporia'
곽이랑 설치 작품
곽이랑 설치 작품 '위로의식'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2020 기억공작소Ⅱ '고관호展-Aporia'와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인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 Ver.4 '곽이랑-위로의식'을 함께 열고 있다.

고관호는 미술의 힘으로 드러나는 사유와 그 지향을 통해 예측 가능한 기존의 미술에서 사고의 확장을 새롭게 보여주는 태도를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작가로 '미술행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다르게 탐구해온 작가이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장을 들어가면 하얀 바닥 위에 해석이 쉽지 않은 26개의 덩어리가 놓여 있다. 검은 회색이거나 부분적으로 밝은 회색의 점과 무늬가 있는 이 덩어리에는 지름 20cm 정도의 구멍들이 사방으로 뚫려있다.

작가에 따르면 서로 다른 형태의 돌덩어리들은 각기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로서는 그 깊이와 사연을 알 수 없는 '다른 질문'들의 기억이다. 즉 26개의 돌덩어리가 간직한 기억들은 그동안 고관호가 새로운 덩어리(Mass)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지식과 정보를 쌓고 교육에 임하거나 꿈을 꾸고 고민하며 토론했던 질문들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곽이랑-위로의식'전은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룬 설치작품이다. 20대 젊은 나이에 암 진단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이어 30대 초반 전이 판정을 받아 또 병원을 오가며 어려운 과정을 겪은 작가는 담담하게 작업에 임하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실에 들면 4개의 병원커튼이 높낮이가 다르게 시선을 막으며 드리워져 있다. 작가는 커튼을 이용해 작품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도록 설치해 관람하려면 몸을 움직이고 시선을 좌우로 돌려야 하는 불편함을 안겨준다. 또 병원 커튼엔 '충분한 분유와 약 한가득과 한줌의 뼛가루'란 문구가 적혀있다. 굳이 해석하자면 '충분한 분유'는 삶이 시작이고, '약 한가득'은 삶의 영위이며, '한줌의 뼛가루'는 죽음이다.

곽이랑은 자신의 삶과 죽음의 경험을 '위로의식'이란 설치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생과 사의 경계에 대한 자유, 경계선 너머 세상을 바라보는 믿음, 자신의 창작 활동 등의 감정들을 추스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전시는 12월 27일(일)까지 열린다.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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