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가 장기 불황에 휩싸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새로운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라이브 커머스는 최근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구 지역 유통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역 유통가는 "아직 초기 단계라 효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유통업의 새 모델로 라이브 커머스에 기대를 거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구 지역 유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전국 1호' 매장이었던 홈플러스 대구점이 폐점을 확정한 다음 날 개점 3년이 채 안 된 롯데마트 칠성점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부동산 인터넷 카페에는 대구경북의 다른 대형마트도 곧 폐점할 것이란 글이 올라온다.
대형마트가 사라진 곳에는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유력시되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가 예전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대형마트의 잇따른 폐점은 자본이익의 논리 앞에 비껴 가기 힘든 변화다.
그러나 모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 남은 매장들은 줄어든 손님 수와 매출을 만회할 방법을 찾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됐다. 그중 하나가 라이브 커머스다.
스마트폰은 라이브 커머스와 뗄 수 없는 존재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에서 소비자는 끊임없이 상품에 대해 질문하고 진행자와 소통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전기장판 안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백화점을 찾은 것과 똑같이 쇼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인간) 시대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 됐다.
시장 초기 단계라 정확한 국내 통계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을 중심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활성화된 중국의 경우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90억위안(약 3조2천억원)에서 올해 9천610억위안(약 165조원)으로 무려 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상 깊은 점은 지역 유통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를 대하는 자세다.
기자는 최근 대구백화점이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현장을 찾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방송일 것'이라는 생각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깨졌다. 대구백화점 직원들과 브랜드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고 치열하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긴장감마저 흘렀다. 몇 번이나 다시 고쳐 읽었는지 미리 준비한 대본에는 빽빽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이런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오늘 방송을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준비했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이 관계자의 짧은 말 속에는 그간 오프라인 수익만으로는 매장을 꾸려나가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준비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어쩌면 지푸라기는 질긴 동아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라이브 커머스 성공을 위한 단 한 가지 요건을 꼽으라면 소비자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소비자를 기만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되풀이하지만 않는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위기에 처한 유통업계의 구세주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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