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고(고양이, 3살, 4.7kg, SF)가 병원에 왔다. 보호자는 "망고가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자신의 꼬리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연고도 바르고 약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증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망고가 꼬리를 적대시하며 자해하는 행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고양이에게 꼬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
고양이는 꼬리로 감정을 소통한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든다고 무심결에 다가서다 보면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할 수도 있다.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가 안전하게 고양이와 원만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고양이 꼬리 언어를 익혀둘 필요가 있다.

고양이가 꼬리를 위아래로 탁탁치거나 빠른 템포로 좌우로 흔든다면 긴장하거나 갈등 상태임을 표현하고 있다. 고양이가 꼬리를 세우고 끝부분을 살랑거린다면 호감을 의미한다. 반면에 꼬리를 세웠지만 꼬리털을 부풀린 상태라면 더 다가오면 공격하겠다는 의도이다. 몸을 한껏 부풀려 내가 상대방보다 크게 보이려 하는 것이다. 이렇듯 고양이 꼬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긴 꼬리를 놀이삼아 쫓기도 한다. 어리고 활달한 성격의 고양이일수록 자신의 꼬리를 꿈틀대며 혼자서 사냥놀이를 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관찰된다. 어미와 동료의 꼬리를 쫒고 물기도 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오랫동안 핥거나, 꼬리를 내리고 감추려하거나, 꼬리를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꼬리선피지과다분비 (stud's tail syndrom )
고양이 꼬리가 시작되는 부위를 만져보면 피부가 두툼한 부위가 있다. 이 곳은 꼬리 분비선이 발달돼 있는 부분이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아지거나,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양이, 건강하지 않은 고양이의 꼬리선 주변이 피지가 축적되어 끈적거리거나 누렇게 변색되기도 한다. 여드름처럼 피부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수의사의 검진을 통해 감염성 피부질환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고양이 꼬리 피부염(습진과 곰팡이)
꼬리의 말단부가 오염된 환경에 접촉하며 감염성 피부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습진, 곰팡이감염증, 외부기생충과 진드기 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 국소적인 발적, 염증, 탈모, 피부변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 가려움이 방치될 경우 핥는 과정에서 궤양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꼬리 상처
꼬리가 긁히거나, 다른 고양이와의 다툼으로 꼬리에 상처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꼬리 말단부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고양이가 통증과 가려움에 핥거나 물어 상처가 덧나는 경우들이 많다. 작은 상처는 쉽게 잘 발견되지 않으므로 고양이가 평상시 보다 꼬리를 자주 핥는다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좁은 케이지에서 갇혀 지내는 고양이들이 꼬리가 반복적으로 스쳐지며 꼬리 말단부 상처가 곧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꼬리뼈 탈구와 골절
어린 고양이들이 꼬리를 밟히거나 충격으로 꼬리뼈가 탈구되거나 골절되는 경우가 있다. 외관상 출혈이 없더라도 고양이가 꼬리를 내리고 도움의 손길을 기피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X-ray 검사가 필요하다.
고양이 지각과민 증후군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피부의 감각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과민감해진 경우이다.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고양이에게서 드물게 관찰되는 편이다. 증상은 신체 일부를 과도하게 그루밍하거나, 등 근육이 물결치듯이 움직이기도 하며, 비정상적인 과잉행동과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꼬리와 신체의 일부를 자해하기도 한다. 피부 검사와 내과적인 검진이 필요하며 고양이 행동학적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심인성 스트레스 요인이 개선되어야 증상 개선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꼬리 신경 과민증
피부질환, 가려움, 통증 등의 경미한 자극들이 누적될수록 고양이는 꼬리에서 유발되는 자극에 더욱더 예민해지게 된다. 외관상 심하지 않은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자신의 꼬리를 적대시할 정도로 민감해진다. 갑자기 꼬리를 물고 공격하며 동시에 통증으로 고통받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각한 꼬리 자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소적인 연고 처방과 약물 처방이 이루어진다. 심각한 자해 행동은 넥칼라가 필요하며, 신경안정제 처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꼬리를 절단하는 수술이 이루어진다.
고양이 꼬리는 고양이의 감정 표현 수단이자 고양이의 자존감을 상징한다. 꼬리의 불편은 고양이가 감정 표현을 제약받는 상황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고양이 스스로 주눅들기도 한다.
초기의 경미한 꼬리 가려움이나 작은 상처가 방치되고 고양이의 심리적인 불안 상태와 겹쳐질 때 곧잘 자해 행동으로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무료함, 이사, 동거묘 또는 새로운 입양묘와의 갈등, 불편한 화장실 환경 등이 꼬리 자해 행동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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