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조은희 서초구청장 "서울시장 출마, 깊이 고민"

[최경철이 만난 사람] '따뜻한 행정주의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서울시 첫 여성부시장
서울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 당선…횡단보도 그늘막 만든 아이디어 뱅크
'9억 이하' 1주택 재산세 인하 독자 입안, 뚝심있게 밀어붙여
"대권 꿈꾸는 이낙연은 '언행불일치'…통치자 생각따라 정책 막 바뀌어"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서울시내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은 단 한 명, 조은희(59) 서초구청장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 여파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은 참패했고, 25곳의 구청장 자리 모두를 민주당이 싹쓸이할뻔했다.

청송 출신으로 대구 경북여고를 나온 조 청장은 2년여 전 지방선거에서 서울에 몰아닥친 거센 민주당 바람을 자력으로 뚫어내며 구청장 재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구정에 접목시키며 이미 '전국구 단체장'으로 올라섰다. 여름철이면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횡단보도 앞에서 뙤약볕을 가려주며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늘막은 조 청장이 구상해 설치, 전국으로 확산시킨 것이다.

조 청장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재산세를 깎아주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입안, 결국 정부·여당이 조 청장의 원안대로는 아니지만, 재산세 감면안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중앙정부는 물론,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룡 여당'까지 들었다 놨다 하면서 뚝심을 보여주고 있는 조 청장.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매일신문 서울지사에서 그를 만났다.

-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를 들고 나왔고 서초구의 정책안과는 다르지만 결국 정부가 이 정책을 받아들이긴 했다. 재산세 인하, 왜 불을 댕겼나? 그리고 정부의 인하안은 문제가 없는가?

▶1가구 1주택자는 보호해줘야 한다. 재산세 두고 너무 하소연이 많아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본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도 세금 감면 사례가 있었다. 서울시내 20곳의 구청이 했다. 구청별로 형편에 맞게 경감했다. 지방세법 111조에 이 규정이 있다. 법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구청이 동참할 줄 알았는데 안 했다. 24대 1로 반대를 했다. 반대 이유는 재정이 약해진다는 이유였다. 재정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굉장히 나쁜 프레임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구청 한 곳당 평균적으로 예산을 다 집행하고도 759억원 정도를 남겼다. 세금 걷어서 쓰지도 못한 채 주머니에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 때문에 고통받는 1가구 1주택 중산층을 외면한다. 돈이 있으면서도 돈 없어 안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말이 안 된다. 정성의 문제고 성의의 문제다. 집 사면 취득세, 갖고 있으면 보유세, 팔면 양도세, 국민들이 꼼짝할 수 없다. 꼼짝 못하게 박제를 만드는 것 같다. 고통의 박제다. (정부는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인하해주기로 했는데) 사기라고 생각한다. 서울만 볼 때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집 갖고 있는 사람이 28만3천 가구나 있다. 희망고문을 시킨 것이다. 정치가 백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데 이 정부는 거꾸로 간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 언제부터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나?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은 언제인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쓴 책이 있는데 그 책 읽고 나니 해석이 됐다. 집 갖고 있으면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구도다. (현재 집권세력이) 집을 갖고 있는 것을 증오하듯 보는 이유는 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이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을 때 국가는 실패한다. 북한을 보자. 최고 통치자 자기 마음대로 하니까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통치자 생각에 따라 정책이 막 바뀐다. 그러니까 생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한번 봐라.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언행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전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급한다고 했다가 선별 지급으로 꼬리 내렸다. 재산세 감면 기준은 어떤가. 문 대통령이 6억이라고 얘기하니까 말을 바꿔버리고 6억원으로 정했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 청장이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 해법은 무엇인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10년 동안 주택공급을 막아놨다. 강남이든 어디든 서울 집값이 다 올라갔다. 서울역 주변에 가봐라.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판잣집이 있다. 그런데 뉴타운 해제됐다. 서울에 이런 동네가 엄청나게 많다. 낙후된 곳은 뉴타운 만들어야 하는데 도시재생한답시고 안 해준다. 이념에 갇혀서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공급을 늘려야 '집 공급이 계속 늘 것'이라는 신호가 발신돼 영혼까지 끌어들여 집 사려는 '영끌 수요'가 안 생긴다. 징벌적 과세로 집값 잡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금을 저렇게 걷어놓고는 세금 쓸 때는 선심 쓰듯이 막 뿌린다. 재산세 감면 안 해주려고 버텨놓고는 서울시내에 뿌려진 재난지원금 액수를 한번 봐라. 2조6천억원이다. 자치구별로 한해 50억원만 있으면 재산세 감면해줄 수 있는데 다 되는 데 쓰지도 못한 예산 잔액까지 들고 있다.

- 지방자치 현장에 있다. 지방자치 현주소를 설명해본다면?

▶단체장을 직선으로 뽑은 지 25년 됐다. 옥동자를 탄생시켜놓고 실제로는 한걸음도 못 나갔다. 허울뿐인 지방자치단체다. 서울 얘기를 해보면 서초구라는 기초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체 사무의 20%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이 도로, 이 골목을 문화구역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추진해보면 지정권한이 서울시에 있다. 이러다 보니 서울시는 2주에 한 번 도시계획위원회 여는데 안건이 너무 많아 다 처리도 못 한다. 자치구는 두 달에 한번 도시계획위원회 열어도 할 것이 없다. 이것이 지방자치인가? 각 자치구가 할 수 있는 것을 서울시가 한다고 다 잡고 있다. 그것을 서울시가 왜 하나? 서울시는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하는데, 큰 그림조차 없다.

- 서울시 얘기 나왔으니 둘러가지 않고 바로 묻겠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깊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어떤 해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서울시장이 내 관심사는 맞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 플랫폼 도시가 되어야 한다. 내가 적임자인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 다핵도시 서울, 'U-그린' 플랜을 생각하고 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25개(서울의 자치구는 25개다) 다핵도시란 말이다. 각 구를 유사한 도시로 만들지 않고 도시 나름의 개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도시는 파리처럼, 어떤 도시는 뭔헨처럼, 이런 식이다. 키 큰 사람은 농구선수, 체중이 많이 나가면 씨름 선수 이런 방식으로 각 도시 특성에 맞게 키우는 것이다. 3도심, 7광역중심. 12지역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핵으로 만들면 굳이 강남으로 올 이유도 없다. U-그린은 도시를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짓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시내의 경부고속도로, 경부선철도, 동부간선도로, 지하철 1·2호선 등을 지하화해야 한다. 땅 밑으로 넣어야 한다. 그 위에 숲이 들어서는 등 서울을 바꿔야 한다. 재원은 굳이 세금으로 안 해도 된다. 다양한 방식이 있다. 개발사업을 만들면 개발수익이 재원이 된다. 머리를 쓰면 된다. 충분히 재원은 조달 가능하다.

- 서울이 너무 커져서 지방의 박탈감이 있다. 지방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지방을 크게 묶어줘야 한다. 대구경북을 묶겠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큰 목소리로 찬성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부울경을 묶겠다고 한다. 규모를 크게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을 다핵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공기업이 지방으로 가서 도움이 됐나? 세종시? 무슨 먹을거리가 있나? 공무원만 있지 않나? 지금의 지역균형발전은 실력 없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있는 시와 도가 반드시 필요한가? 크게 묶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일어난다.

- 서울시내 유일의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된 것은 개인기인가? 구청장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한다고 들었는데?

▶공개해도 실제 전화는 잘 안 걸려온다. 전화해서 욕하는 사람도 없다. 무언의 합의는 있는 것 같다. 주로 카톡이나 문자로 질문이 오고 모든 질문에 답을 다 해준다. 단번에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늦어도 답을 다해준다. '챙겨보겠습니다'라고 꼭 답을 전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부서가 직접 연락해준다. 그러면 주민들이 '진짜 고맙다'면서 답을 해준다. 소통이 나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밝은 미래국'이라는 직제도 만들었다는데 이 조직은 어떤 역할을 하나?

▶행정안전부가 자동차 숫자나 외국인 숫자나 이런 것들을 감안해 자치구에 국을 신설하게 해준다. 중앙정부의 선물이라고 보고 약자를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밝은 미래는 약자와의 동행이다. 이 직제가 전국 어디에도 없다. 2018년에 만들었다. 서초구에도 양극화가 심하다. 밝은 미래국을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같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은 노력해줘야 한다. 공공부문에 바로 당신 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요즘 1인 가구가 폭증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행정도 밝은 미래국에서 한다. 1인가구에 대한 행정이 따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이 사회 변화에 못 따라가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 노력이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 여름철 전국 도심에 그늘막이 횡단보도 앞에 만들어졌는데 그 원조가 서초구라는데 맞나?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획득하나?

▶아이디어는 갑자기 톡톡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지식이 쌓여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정성이 쌓였을 때 무언가 결과가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관심과 정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횡단보도 앞에 서면 더운데 그늘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그늘을? 어떻게 만들까? 모델을 찾는 데 6개월 걸렸고 시범사업하는데도 1년 걸렸다. 이 사업 처음 할 때 서울시는 반대했다. 도로법상 적치물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래? 법 위반? 그럼 구청장 잡아갈 거야? 결단했다면 추진력 있게 가야 한다. 다른 구에서 '우리 구도 설치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반응이 좋으니까 기업들이 기부에 나섰다. 우리 그늘막은 결국 행정안전부 표준으로 선정됐다. 서초구 아이디어가 행안부 표준이 된 다른 사례도 많다. 서초구 스타일이 생긴 것이다. 밤에 횡단보도 길 건너는 사람을 운전자가 잘 보지 못하는 경우 많은데 비행기 활주로 유도등처럼 횡단보도에 유도등을 설치했다. 그랬더니 경찰청이 인정했다. 사고가 줄었다고. 서초구가 정부혁신 사례로 많이 선정됐다. 내가 야당 소속인데도 대통령상 엄청 많이 받았다. 탁월하면 야당이라도 상을 안 줄 수 없다. 노력하면 되고 정성을 들이면 된다.

-서초구 검찰청사 앞에 놓인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을 철거하라는 서초구청의 조치 때문에 윤 총장 지지 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화환을 치우려 했을 때 솔직히 이 부분, 걱정되지 않았나? 행정 집행에서의 소신인가?

▶법과 원칙이 공정하지 않고 차별적으로 적용되면 포퓰리즘이다. 법이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너무 차별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지 않나? 내 편이든 반대편이든 법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이번 일 두고 "나는 당신을 지지했는데 은희형 왜 이래?" 이런 말도 나왔다고 한다. 결국엔 보수단체에서 자진철거도 했다. 지혜롭게 대처했고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사안에서 원칙을 보여줬다. 우리는 (지금의 집권세력과) 다르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진영 논리로 정치하고, 부동산 정책하는 이 정부에 대해 우리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본다.

- 조 청장이 당선된 지난 지방선거에서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참패했고 지난 총선에서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국민의힘, 조 청장과는 다르게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국민의힘 어찌 해야 할까?

▶(탄핵 이후) 우리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또 분열됐다. 아직 상처 치유가 덜돼 있다. 지금 민주당은 우리 편, 네 편 갈라놓고 (자기들끼리) 연대한다. 그런데 우리당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상호 인정하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힘을 키우고, 정치세력화하고,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본다. 노력을 더 하면 된다. 상처받은 그 마음이 치유되면서 하나로 가야 한다. 저쪽 진영에 대깨문이 있다는데 우리당은 대깨 뉴(변화), 대깨 정(정책) 해야 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힘 모으면 된다고 본다. (당이 시끄럽다는 얘기도 있는데) 진통이 없는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우리 당 중진들이 같이 알을 깨는 노력을 하면 새가 나오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을 꼽는다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그는 권위적이지도 않고 진영논리에 좌우되지 않는다. 정책이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 하는 모습을 보라. 원칙도 있다. 헬무트 콜이 그의 정치적 양아버지이지만 콜에게 불리한 사건이 생겼을 때 원칙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리이지만 마트에 가서 직접 장도 본다. 정치인, 행정가가 이런 모습 보여줘야 한다. 나? 주말에 꼭 내가 직접 밥을 짓는다.

〈조은희〉

- 경북여고

- 이화여대 영문과 학사

- 서울대 국문학 석사

- 단국대 행정학 박사

-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 문화관광비서관

-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

-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 제8대, (현) 9대 서초구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