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서울대 입학 전형 예고안,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시에 학생부 교과평가와 지역균형전형 도입, 수시 지균 수능 최저기준 완화
고교 현장 교육,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유도 메시지 담은 것

서울대 전경. 서울대는 2023학년도 입시 예고안에서 정시에 학생부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담았다. 연합뉴스
서울대 전경. 서울대는 2023학년도 입시 예고안에서 정시에 학생부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담았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서울대 입시 예고안이 부른 파장이 작지 않다. 지난달 말 갑작스레 발표된 예고안은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게 가장 큰 변화. 이 때문에 정시에 학생부종합전형이 적용된 꼴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이번 예고안 내용을 살펴보고,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했다.

◆정시에서도 학생부 본다

서울대가 입학전형을 얘기할 때면 많은 눈이 쏠린다. 단순히 서울대가 최상위권 대학이고, 학벌 사회에 동조하려는 분위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다른 대학들의 입학전형뿐 아니라 고교 교육 형태와 방식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서울대의 입학전형을 분석하는 이유다.

2023 서울대 입시 예고안 자료 표지
2023 서울대 입시 예고안 자료 표지

2023학년도 대입은 현 고1이 대상.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수능시험 위주인 정시 전형에 변화를 준다. 수능 성적 외에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도 평가요소로 삼고, 정시에 지역균형전형을 신설한다. 또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지금보다 완화한다.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사항'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다만 이 예고안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승인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예고안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는 정시에 학생부 교과평가를 새로 도입한다. 학생부 항목 중 교과학습발달상황의 내용을 토대로 교과목 이수 현황, 교과 학업 성취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평가한다.

현재 수시에서만 실시 중인 지역균형전형을 정시에 신설하는 것도 큰 변화다. 학교장 추천이 필요한 게 이 전형. 고교별 추천 인원은 수시와 같이 2명 이내지만 수시와 달리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이 전형으로 모집하는 단위는 인문대학, 공과대학, 의과대학 의예과 등 일부다.

교과평가가 도입됨에 따라 정시 일반전형은 1단계 성적(수능) 80점+교과평가 20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정시 지역균형전형에선 수능 60점+교과평가 40점을 기준으로 당락을 결정한다.

수시 지역균형전형에 적용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완화한다. 코로나19로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조정된 기준이 아니라 기존의 서울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국·수·영·탐구 등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 2023학년도부터는 '4개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로 낮아진다.

◆입시 전문가들의 눈

▶김기영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수시에서 운영하던 지역균형전형을 정시로 확대했다. 정시에서 지역균형전형을 신설한 것은 서울대 신입생의 지역 편중 현상 완화보다 교과 이수 충실도를 통해 학교 현장 교육의 정상화를 지탱한다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

현재 정시를 40% 이상 확대한다는 게 대입의 흐름이다. 이런 형편 속에서 나온 게 이번 예고안이다. 자칫 고교 현장이 수능 중심의 단순 문제 풀이 학습으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에 변화를 주려고 한 것이 서울대의 생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시 지역균형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존 '3개 영역 이상 2등급'에서 '3개 영역 등급 합 7'로 완화한 부분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탐구영역에서 '기존 2개 과목 등급 평균'을 반영한다는 것에서 변화가 없어 수험생들 입장에선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한 '3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 정도로 완화됐다면 지역 학생과 학교 입장에선 한결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정시 교과평가 방법은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사항만 반영한다. 하지만, 교과학습발달사항에는 교과 학업성적 뿐만 아니라 교과 이수 현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반영된다. 서울대는 지원 학과에 필요한 교과 이수 및 학업수행 충실도를 함께 평가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단순히 등급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전공적합성과 학업역량을 학과 입장에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예고안을 보면 정시에서조차 수능 점수만으로 줄 세우기 식의 선발과 이별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운영하는 정성평가 방식을 정시에 적용했다는 점은 학교 현장의 수업 정상화와 앞으로 다가올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 이번 예고안에서 교과평가를 도입한 건 2023학년도부터 수능 100%로 선발하는 정시가 40% 이상(수시 이월인원 포함 약 45%)으로 느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의식해서다.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와 학교 교육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1단계에서 수능으로 2배수를 선발하는 건 수능 성적이 아주 좋은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정시에 지역균형전형을 도입한 건 수능에 취약한 지방 고교에도 서울대 정시 지원 기회를 준 것이다. 2단계에서 수능 점수를 80점, 교과평가 점수를 20점 반영한다. 이는 2단계에서도 수능 비중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2단계에서 수능 성적을 환산할 때 1단계 합격자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20점 이상인 경우 점수를 조정한다. 2단계에서 점수 차이가 많을 경우 교과평가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교과평가의 영향력을 일정 수준 발휘하게 한 것이다.

정시에서 수능 성적이 우수할 경우 2단계에서 교과평가를 적용하더라도 불합격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평가등급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아서다. 다만 1단계 통과자 중 커트라인 근처에 있는 수험생들은 2단계 교과평가에서 순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가 정시에도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했다는 건 과장된 표현이다. 수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교과성적에 대한 정성평가를 한다고 보는 정도가 정확하다. 2023학년도엔 전년도보다 약 10% 늘어난 인원을 정시에서 선발할 예정인데, 그 인원은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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