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는 후대가 평가할 일이지만, 부동산 분야만큼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23번의 정책을 낸 결과는 참담하다. 부동산 안정화는커녕 불안이 점점 가중되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새 수도권 비규제 지역, 부산, 울산 등 지방 광역시로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세난은 역대급이다. 일국의 경제부총리도 전세 난민이 된 판국에 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최근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매매가격 상승률의 7배에 달한다고 한다.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셋값 격차가 2배까지 벌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경우 동일한 평형(전용 76.79㎡)에서 보름 새 전셋값이 4억2천만원에서 8억3천만원까지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기존 전세 계약은 5% 인상에 그쳤지만, 새 계약에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절할 노릇이다.
'은마아파트'라는 예외적 사례에 불과한 일일까. 부동산 스트레스는 거의 전 국민이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방' 홈페이지에서 '부동산'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1만7천300건의 글이 뜬다. 그중에는 읽는 사람도 가슴 절절해지며 공감 가는 사연이 많다.
'맞벌이 40대 엄마입니다. 결혼 때만 해도 열심히 살면 10년 후에는 저의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모님 도움 없이 대출로 전세 생활을 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모은 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매매를 하자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꿈이었습니다. 집값은 하늘 높은지 모르게 올랐고 전세는 씨가 말랐습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1주택 실거주자입니다. 30년도 더 된 구축 아파트지만 언젠가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뉴스에서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더군요. 10년 뒤에는 아파트 재산세가 직장인 월 2, 3개월치가 될 거라는 기사를 보니 은퇴하고도 20~30년은 더 살아 있을 것 같은 제 미래가 그려지더군요.…'
이달 초 등록된 윗글들에는 현재 청원 동의가 각각 600개, 1천800개 넘게 붙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먹히니, 갈수록 센 정책이 연일 나온다. 막 쏟아낸다는 표현이 더 맞다 싶을 정도다. 여당에선 최근 3+3년으로 전세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2로도 이 난리인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 개인 금융 정보와 과세 정보를 조회하고 불탈법 거래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그럼 국세청, 수사 당국은 뭐하나. 온라인에 'OO억원 이하 팔지 말자'는 글만 올려도 집값 담합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사는 사람이 결정할 일 아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실인 주택을 직접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매입 임대'를 전세난 대책으로 거론한다. 지금도 적자에 허우적대는 LH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나.
서민들은 코로나 블루(Blue·우울증)도 모자라 '부동산 블루'에 빠져 있다. 어디 아파트가 한두 달 새 1억~2억원이 올랐다고 하더라,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하더라,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못 잡고 왜 총을 난사해서 인질들만 죽어 나갑니까?'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한 글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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