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1841∼1909)의 글씨가 담긴 머릿돌의 처리 방식을 검토 중인 한국은행이 향후 친일 화가가 그린 화폐 속 위인 영정도 새 그림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화폐의 공공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한 표준영정을 화폐 도안으로 사용해왔는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 화폐에 담긴 영정을 그린 작가들의 친일 행적 때문에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될 수 있어서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화폐 도안의 위인 초상에 대한 정부의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될 경우 한은은 도안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용 화폐 가운데 100원화(이순신), 5천원권(율곡 이이), 1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신사임당) 속 정부 표준영정의 작가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순신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이이와 신사임당 영정은 김은호 화백이, 세종대왕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
표준영정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뜻한다.
가장 먼저 겉면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것은 100원 동전이다.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1983년부터 100원짜리에 새겨져 왔다.
한은 관계자는 "충무공 영정의 표준영정 지정 해제 여부가 가장 먼저 결론이 날 테니까 바꾸게 된다면 100원짜리의 모습이 먼저 달라질 것"이라며 "100원짜리는 현재 동전들을 녹여서 새로 만들면 되므로 크기나 재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체에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5천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 지폐는 현재 표준영정 지정 해제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당장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충무공 영정 외에 나머지 친일 논란이 있는 화가가 그린 영정 13위를 소유주의 신청 없이도 문체부가 지정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친일 화가의 영정이 쓰인 은행권도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되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3종의 지폐를 바꾸는 데는 약 4천700억원의 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가 담긴 본관 머릿돌을 두고 한은은 처리 절차를 문화재청과 논의하고 있다.
처리 방법으로는 머릿돌의 철거, 머릿돌 속 글씨를 지우는 삭제, 다른 돌로 현재 머릿돌을 가리는 복개(覆蓋),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 등 4가지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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