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대면에 급증하는 착오 송금…구제장치 언제쯤

최근 5년간 미반환율 53% '눈물'
21대 국회 예보법 개정안 발의…통과 여부에 관심

#A(63)씨는 최근 자신의 주식 계좌번호 확인을 위해 1만원을 테스트 삼아 송금하려다 숫자 입력 실수로 엉뚱한 이에게 돈을 보냈다. 적은 금액이다보니 그저 실수로 치부하고 잊어버리려 했지만 문제는 착오 송금으로 A씨의 계좌가 '사고 계좌'로 묶여버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 직원과 통화를 통해 A씨는 착오 송금 반환 신청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다만 이 때는 수취인이 반환에 동의할 경우에만 해당한다.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착오 송금'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착오송금이란 돈을 보내는 사람이 계좌번호를 착각하거나 금액을 잘못 눌러 실수로 송금을 하거나 버튼을 두 번 눌러 이중으로 송금하는 등의 경우를 말한다.

◆급증하는 착오송금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착오 송금 반환신청 건수는 51만4천364건, 금액으로는 1조1천587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잘못 송금하고도 돌려받지 못한 건수도 26만9천940건(5천472억원)으로, 미반환율이 52.9%에 달한다. 그만큼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착오 송금은 2016년 8만2천924건(1천806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2만7천849건(2천547억원)으로 50% 이상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간편결제가 활성화되면서 착오 송금 사례는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착오 송금 반환을 신청했다고 해서 돈을 찾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 미반환율은 2016년 57.3%에서 2018년 54.7%, 올해는 47.0%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잘못 보낸 수취인에게 연락을 하기도 힘들고, 연락이 닿는다해도 반환을 거부하면 법적으로 반환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착오 송금한 사람에게 수취인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 착오 송금이 발생하면 해당 금융사가 수취인에게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전부다.

상대방이 반환을 거부할 경우에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상 횡령죄로 고발해야 하는데 착오 송금의 평균 금액이 2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송비가 더 많이 드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실수로 보낸 돈이 소액일 경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하기보다는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극적인 구제장치 마련 필요 공감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착오 송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착오 송금을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 치부해 개인과 은행의 책임으로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금융거래 시스템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 측면에서 해석해 적극적인 구제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착오 송금 피해 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예보가 이같은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지만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대 국회의 경우 착오 송금 구제를 신청하면, 일단 정부 예산과 금융권 출연금으로 80%를 지급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개인 실수를 정부가 구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찬반 논란에 부딪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선 정부의 재정이나 금융회사 출연 없이, 수취인이 얻은 부당이익을 회수하고 피해구제에 따른 비용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처리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제출됐다.

앞서 나온 여러 의견과 비판을 수렴해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다. 또 수취인을 몰라 착오송금 구제를 못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에 착안, 통신사나 금융사 등에서 수취인의 연락처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해 소송보다는 자진반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경우, 모바일이 특히 발달하다 보니 착오 송금이 주로 발생한다"라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반환 지원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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